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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May 04. 2017

프라하#9 집으로

a piece of Prague

2015.10.01.목요일
여행 마지막날 아침엔 늘 눈이 일찍 떠진다. 이른 아침, 혹여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일단 밖으로 나섰다.

한적한 카를교 위로 붉은 빛을 길게 늘어뜨리며 해가 떠오른다. 이 풍경 앞에 무슨 말이 더 소용있을까.


내친 김에 다리를 건너 햇빛이 비추는 곳으로, 구시가지 광장까지 걸었다. 빛이 무늬를 새긴 벽을 기웃기웃, 아직 문을 안 연 가게를 유리창 너머 기웃기웃. 몇 번이나 오간 골목인데 처음처럼 낯설고 신기했다.

가게 문 열 때까지 기다려, 커다란 머그를 기어코 하나 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붉고 노랗고 하얗던 하늘은 이제 파랑파랑하고, 카를교 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몇 년 전 프라하에 왔을 때 카를교에서 저 올림머리 장식을 샀었다. 즐겨하고 다녔는데 결국 잃어버렸고, 기억과 추억을 잃은 것처럼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 여행 마지막날, 똑같은 걸 발견했다!!  사야지, 이건 사야하고말고!!



이제 슬슬 시간을 수시로 확인해야 할 때이다. 짐을 챙겨서 숙소에 맡긴 후, 프라하 여행의 마지막 순간 어디로 가볼까... 큰 고민 없이 바로 답이 나왔다. 스트레제스키 섬으로!

베이글 샌드위치 하나 챙겨서 트램 타고 소풍 가는 길


소풍하면 역시 낮맥! 공원 관리 아저씨가 원라 안 되는데 한 번만 봐준다고 하셨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눈부시고 행복했던 공간이 바로 여기 이곳이다. 따뜻하게 등을 물들이던 햇볕도, 사라락 간질이던 바람소리도 만나서 정말 반갑고 행복했어. 고마웠어. 잠시만 안녕.

타고난 게으름으로 1년이 지난 이제서야 여행 메모를 엮고 정리하는 지금. 사진만으로도 그때의 그 햇볕과 그 소리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제 정말 숙소에 짐을 가지러 가는 길. 

운 좋게 체르니 작품을 만났다.



이제 정말 프라하에 안녕할 시간이다. 이 여행으로 난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막상 돌아가면 하루만에 멘탈을 잃더라도 괜찮다 생각하며, 프라하야 안녕.

공항에 앉아,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생각하며 잠시 또 설렜다.


출발이 지연돼 기다리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프라하를 눈에 담았다.


아재 취향의 기내 안내방송


프라하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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