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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2 Wishes Come True

a piece of Hongkong

by yangha

평소 같으면 전날의 후유증으로 종일 뒹굴뒹굴했을 크리스마스 당일. 여긴 홍콩이니까, 또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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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찾던 쇼핑 아이템은 없었지만,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니 절로 신났다. 한 편에서는 소망을 적어 내는 이벤트도 진행하길래, 역시 평소 같았으면 엄두도 안 낼 줄까지 서며 참여했다. 이게 뭐라고, 종이에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적고, 그 종이를 통에 넣는 내내 참 간절했다. 눈 감고 누군가를 향해 중얼거릴 만큼. 그리고 그 증표를 여태 보관하고 있을 만큼.



노닥이다 보니, 어느새 점심때다. 어디였는지 잊어버린 채, 참 맛있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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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밤 11시가 넘어 출발할 예정이다. 애매하게 남은 오후 동안 무엇을 할까 하다가, 농담처럼 꺼낸 한 마디. "디즈니랜드?" 어디 있는지 찾아볼까 해서, 구글 맵을 켜보니 공항과 그리 멀지 않다. "디즈니랜드!!!!" 이로써 우린 홍콩 시내 쇼핑 따위 다 버리고,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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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마우스 머리띠 할까? 우리 풍선도 살까? (이래서 여행 메이트는 정말 중요하다.)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설렌다. 이틀 연달아 발 동동 구를 일이 생기다니! 여행 메이트는 너무도 설레고 신나지만 회사 가선 차마 말을 못할 것 같다 했고, 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나는 하이디니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어쨌든 전철 안에서부터 이어진 수많은 디즈니랜드 인증샷은 우리의 앨범에만 고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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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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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푸우! 신입사원 연수 때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사온 푸 꿀통 얘기가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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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토이스토리!


원 없이 소리를 질러가며, 놀이기구를 종횡무진 즐겼다. 어느새 불꽃놀이 시간. 홍콩, 그것도 크리스마스의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놓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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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를 보러, 뒤늦게 디즈니성 앞으로 가려는데 이미 차단봉이 설치됐다. 진행요원 왈, 곧 불꽃놀이가 시작되니 더는 이동하실 수 없다고. 그냥 여기서 보시라고. 그렇게 우린 다른 지각생 여행객들과 함께 어정쩡한 장소에 남았다. 디즈니성 뒤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영화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결코 아니었다. 그곳은 앞뒤 사방으로 불꽃이 터지는, 불꽃놀이 한복판이었다. 디즈니랜드에 들어와 거의 하이퍼 상태로 돌아다닌 피로가, 그 몇 분 사이 몰려왔다.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말도 없이 멍해질 무렵.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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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었다. 왼쪽에서 팡, 오른쪽에서 팡, 뒤에서 팡해서 돌아보면 다시 뒤에서 팡. 벌떡 일어나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뱅뱅 돌다 보니, 타이밍 늦게 돌면 옆 사람들과 눈 마주치기가 일쑤였고 그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행요원이 이번엔 이쪽이야, 다음엔 저쪽이야 하지만 팡팡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몸을 제어할 순 없었다. 결국 진행요원도 우릴 보며 박장대소했다. 거기 있던 모두가 그 아비규환을 즐기기 시작했다. 즐길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즐거웠으니까.

뭔가 반 박자 이르거나 늦은 사진이지만 차마 지우지 못하는 까닭은, 사진만 봐도 그날의 흥분과 즐거움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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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대열에서도 낙오한 지각생들이니, 불꽃놀이가 끝난 후 퇴장객들 중에서도 제일 끄트머리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크리스마스의 놀이공원을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12월의 한적한 놀이공원에선 눈길 닿는 모든 것이 반짝였다. 즐거운 흥분 속에는 묘한 위로가 있었다. 그래도 지난 1년 참 잘해왔다고 셀프 토닥, 서로 토닥이며 느리게 놀이공원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초점은 엉망이지만 그래서 신나는 불꽃놀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2017년 봄인 지금, 그 기록을 꺼내보며, 그리고 그 다짐을 되뇌며, 뒤늦은 홍콩의 기록 끄읕.


다시 또 일상이, 1년이 시작된다.
많이 웃고 또 많이 울면서 시간 속을 오롯하게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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