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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Jun 21. 2017

홍콩#2 Wishes Come True

a piece of Hongkong

평소 같으면 전날의 후유증으로 종일 뒹굴뒹굴했을 크리스마스 당일. 여긴 홍콩이니까, 또 길을 나선다. 

비록 찾던 쇼핑 아이템은 없었지만,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니 절로 신났다. 한 편에서는 소망을 적어 내는 이벤트도 진행하길래, 역시 평소 같았으면 엄두도 안 낼 줄까지 서며 참여했다. 이게 뭐라고, 종이에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적고, 그 종이를 통에 넣는 내내 참 간절했다. 눈 감고 누군가를 향해 중얼거릴 만큼. 그리고 그 증표를 여태 보관하고 있을 만큼. 



노닥이다 보니, 어느새 점심때다. 어디였는지 잊어버린 채, 참 맛있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밤 11시가 넘어 출발할 예정이다. 애매하게 남은 오후 동안 무엇을 할까 하다가, 농담처럼 꺼낸 한 마디. "디즈니랜드?" 어디 있는지 찾아볼까 해서, 구글 맵을 켜보니 공항과 그리 멀지 않다. "디즈니랜드!!!!"  이로써 우린 홍콩 시내 쇼핑 따위 다 버리고,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미키마우스 머리띠 할까? 우리 풍선도 살까? (이래서 여행 메이트는 정말 중요하다.)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설렌다. 이틀 연달아 발 동동 구를 일이 생기다니! 여행 메이트는 너무도 설레고 신나지만 회사 가선 차마 말을 못할 것 같다 했고, 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나는 하이디니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어쨌든 전철 안에서부터 이어진 수많은 디즈니랜드 인증샷은 우리의 앨범에만 고이 남았다.

GO!!!

시작은 푸우! 신입사원 연수 때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사온 푸 꿀통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다음은 토이스토리!


원 없이 소리를 질러가며, 놀이기구를 종횡무진 즐겼다. 어느새 불꽃놀이 시간. 홍콩, 그것도 크리스마스의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를 놓칠 순 없다.


불꽃놀이를 보러, 뒤늦게 디즈니성 앞으로 가려는데 이미 차단봉이 설치됐다. 진행요원 왈, 곧 불꽃놀이가 시작되니 더는 이동하실 수 없다고. 그냥 여기서 보시라고. 그렇게 우린 다른 지각생 여행객들과 함께 어정쩡한 장소에 남았다. 디즈니성 뒤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영화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결코 아니었다. 그곳은 앞뒤 사방으로 불꽃이 터지는, 불꽃놀이 한복판이었다. 디즈니랜드에 들어와 거의 하이퍼 상태로 돌아다닌 피로가, 그 몇 분 사이 몰려왔다.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말도 없이 멍해질 무렵.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엉망진창이었다. 왼쪽에서 팡, 오른쪽에서 팡, 뒤에서 팡해서 돌아보면 다시 뒤에서 팡. 벌떡 일어나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뱅뱅 돌다 보니, 타이밍 늦게 돌면 옆 사람들과 눈 마주치기가 일쑤였고 그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행요원이 이번엔 이쪽이야, 다음엔 저쪽이야 하지만 팡팡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몸을 제어할 순 없었다. 결국 진행요원도 우릴 보며 박장대소했다. 거기 있던 모두가 그 아비규환을 즐기기 시작했다. 즐길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즐거웠으니까. 

뭔가 반 박자 이르거나 늦은 사진이지만 차마 지우지 못하는 까닭은, 사진만 봐도 그날의 흥분과 즐거움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불꽃놀이 대열에서도 낙오한 지각생들이니, 불꽃놀이가 끝난 후 퇴장객들 중에서도 제일 끄트머리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크리스마스의 놀이공원을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12월의 한적한 놀이공원에선 눈길 닿는 모든 것이 반짝였다. 즐거운 흥분 속에는 묘한 위로가 있었다. 그래도 지난 1년 참 잘해왔다고 셀프 토닥, 서로 토닥이며 느리게 놀이공원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초점은 엉망이지만 그래서 신나는 불꽃놀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2017년 봄인 지금, 그 기록을 꺼내보며, 그리고 그 다짐을 되뇌며, 뒤늦은 홍콩의 기록 끄읕.


다시 또 일상이, 1년이 시작된다. 
많이 웃고 또 많이 울면서 시간 속을 오롯하게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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