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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Jan 03. 2017

이탈리아#6 로마, 왔노라 보았노라

Bring home a piece of Italy - 2014년, 봄

방에 있는 모든 이불을 칭칭 휘감아 추운 새벽을 버틴 후, 수녀원에서 간소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 한적한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인데, 수도사 한 분께서 굳이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시며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해 주셨다. 버스가 올 때까지 말동무도 해주시고, 창 밖에서 손 흔들기도!! 자신은 탄자니아에서 이곳까지 와 수행 중인데, 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엔 꼭 가봐야 한다며 고향 이야기에 들떠 계셨고, 나도 여행 중에 또다른 여행을 그리며 들떠 있었다. 전도에 실패하신 점은 좀 죄송하지만... 참 즐겁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아씨시를 떠나 드디어 마지막 여정지인 로마.


도착 첫날이기도 해서 무리하지 말고 길이나 익힐 생각이었는데 막상 다녀보니 지역 자체가 그리 넓진 않았다. 다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한참을 멈춰서야 했을 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콜로세오. 로마패스 덕분에 줄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전체 규모는 물론이고 계단 하나의 높이도 상당했는데, 72년에 지어진 건축물이란 걸 떠올리며 놀라고, 그 당시 기술 수준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놀라는 식의 연속이었다. 예전의 화려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니 어쩐지 쓸쓸하고 공허해졌다. 그 시절 이 곳을 꽉 채웠을 함성과 영화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개선문을 지나 포로로마노로 발길을 옮겼다. 10분 만에 지나갈 수 있는 거리지만, 거기 담긴 수많은 시간과 역사를 떠올릴 때마다 눈앞의 풍경이 새삼 달리 보여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카이사르 신전에는 아직도 꽃다발이 수북했고, 모친 앞에서 동생을 죽인 황제의 개선문은 부질 없이 서 있었다. 바다가 그리 멀지 않다 보니 도심에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 좀처럼 눈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옛 사람들의 터', 그 의미가 자꾸만 새삼스레 느껴져 마음이 울렁거렸다.




마침내 베네치아 광장.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은 올려보다가 목이 아파올 만큼 규모면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감흥은 없었다. 이런 배려 없이 크기만 한 건물 같으니!


잠시 끊겼던 울렁거림은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백만 배로  돌아왔다. 미켈란젤로가 같은 높이의 두 계단이 전혀 다른 높낮이로 보이도록 착시 현상을 이용해 설계했다고 하는데, 계단을 오르는 내내 신기하고 유쾌해 힘든 줄 몰랐다. 전체 광장의 구도 역시 비례나 대칭에 정확히 들어맞으면서도 유머와 변주가 담겨 있었다. 수백년 전 꽃피었던 재능이 지금까지 남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또 자극한다는 게 경이로웠다. 광장에 한참 앉아있다가,'진실의 입'에 들러 꺄~하는 사진 한 장 남긴 후, 로마에서의 첫 날 일정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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