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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Jan 03. 2017

이탈리아#7 로마의 휴일

Bring home a piece of Italy - 2014년, 봄

둘째날, 본격적인 로마 탐험 시작! 분명 이름은 '꽃의 들판'인데 꽃보단 파스타와 중국산 조리기구가 더 많았던 캄포 데이 피오리. 그래도 아침 일찍 문을 연 재래시장의 공기는 활기찼다.


석류 주스 쪽쪽 빨며 나보나 광장으로 타박타박. 이제 막 영업 시작하신 거리 예술가도 구경~!

로마 시내 적당한 곳엔 어김없이 쉴 수 있는 광장이나 분수가 마련돼 있어 종일 걸어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로마인'이 설계한 도시란 이런 모습이구나.

 

베르니니의 분수는 앙숙 보로미니의 건축물 산타녜세 인 아고네 성당과 마주하고 있다. 베르니니는 마치 성당이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조각상을 전시해뒀고, 보로미니는 그럴 리 없으니 안심하라는 듯 가슴에 손을 얹은 조각상으로 화답했다. 이런 '디스'라니, 그 자존심이 얼마나 꼿꼿했을지 짐작이 갔다.

 

걸음을 옮겨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 연작'을 찾아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에 들렀다.

  


이탈리아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바로 판테온. 아쉽게도 이 날은 판테온이 문을 닫는 1년 중 몇 안 되는 휴일, 근로자의 날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도통 발길이 안 떨어져 굳게 닫힌 문 틈 사이로 내부를 계속 흘깃거렸다. 괜히 회랑에서 어슬렁거리기도 한참, 대륙의 뿌까 인형도 판테온 앞을 기웃기웃. 

아쉬움을 달랠 때는 역시 당분! 로마 3대 젤라또 맛집 중 하나라는 지올리띠에서 꾹꾹 눌러 담은 젤라또를 쥐고 다시 판테온에 눈길 한 번.

 

트라야누스 원주를 지나... (저 섬세한 조각 보게!!)

빠트릴 수 없는 명소, 트레비 분수로. 사람이 너무 많아 세찬 물소리를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뒤돌아 동전 던지기 만큼은 제대로 해냈다.

로마는 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가 도시를 구획 짓고 있어, 대강의 지리만 익히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트레비 분수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니,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싶더니 스페인 광장이 나타났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람도, 하늘도, 거리도 모두 눈에 담았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아, 어쩜 로마는 이렇게 날씨마저 좋을 수 있는지!! 


아이언맨이다!!!!


 

 

콘도티 거리. 몇 걸음 걷다 멈춰서서 뒤돌아 스페인 광장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몇 걸음 걷다 뒤돌아서기.

  

로마에 왔으니 점심은 역시 피자! 페로니 한 잔 시원하게 마시며 기분도 잔뜩 냈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코르소 거리를 따라, 포폴로 광장으로 들어섰다. 지금까지의 로마 광장이 아기자기하고 러블리했다면, 포폴로 광장은 군중이 모여들고 여론이 형성되는 '광장' 그 자체였다. 광장 북쪽에 있는 포폴로 문은 과거 로마의 경계였다. 플라미니아 가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타지인들은 포폴로 문을 지나 포폴로 광장에 들어선 후에야, 비로소 로마를 봤을 것이다. 거대한 오벨리스크, 나란히 서 있는 쌍둥이 성당,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세 갈래의 길, 정면의 코르소 거리 끝에 자리잡고 있었을 포로로마노. 아마도 그저 한참을 여기, 이 포폴로 광장에 서서 두리번거리지 않았을까.

 

광장 곳곳에선 거리 공연이 펼쳐졌는데, 최고의 스타는 단연 의상까지 제대로 갖춰 입고 춤추는 마이클 잭슨이었다. 이 오래된 광장에 20세기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세그웨이를 탄 21세기의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이라니. 전날 느꼈던 울렁임이 되살아났다.  

 

 

보르게세 공원을 가로질러 베네토 거리를 구경한 후 오늘 일정을 마무리할 산탄젤로 성으로 갔다. 배터리 아웃으로 카메라에 담진 못했지만 테베레 강의 노을과 야경을 오래오래 바라보며, 이렇게 또 하루를 차곡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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