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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Jan 03. 2017

이탈리아#8 바티칸, 다시 판테온

Bring home a piece of Italy - 2014년, 봄

로마 셋째 날, 오늘은 바티칸의 날이다. 미리 신청해둔 투어 시각에 맞춰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여행 내내 15분 이상 줄 선 일이 없었는데, 이게 웬 걸. 그게 다 오늘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바티칸 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해 무려 3시간 30분을 줄 서 있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2014년 들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에 몰렸다고 한다.

줄 서 있는 동안 가이드의 미술사 요점 정리를 들으며 돌담에 꽃을 피운 생명력을 찰칵.


드디어 입장. 회화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카라바조의 '데포지션'. 무언의 질문을 던지는 니고데모와 꼼짝없이 시선이 마주쳤다.

 

솔방울 정원을 지나 조각관으로.

 

카메라에 채 담을 수 없는 아우라의 라오콘 군상.

그리고 토르소까지.

투어의 마지막은 역시 성 베드로 성당. 이 즈음에선 거의 현실 감각을 잃어버렸다. 탄성을 뱉다 뱉다 지쳤는데, 다음엔 좀 더 여유를 두고 천천히 둘러봐야지.

 


나도 모르게 눈물 났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애끊는 모성, 세월호, 진도 팽목항... 여러 단어가 번갈아 떠올랐다. 딱히 무어라 할 수 없는 감정이 격해져, 크게 울음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성 베드로 광장을 가로질러 


다시 판테온으로. 전날 들어갈 수 없어 밖에서만 맴돌았던 판테온이다. 들어서니 뻥 뚫린 오쿨루스에서 빛과 빗물이 쏟아졌다. 단순하고 명료한 이곳에 영감 받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바로 여기가 시작이었다. 나 역시 피에타를 보고 먹먹해진 마음을 이곳에서 달랬다.

판테온 내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몰리는 곳엔 한 사람이 잠들어 있다. 살아서는 자연이 그에게 정복당할까봐 두려워했고, 죽어서는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했다는 라파엘로의 무덤. 생전에도 주변에 사람들이 몰렸다고 하더니, 그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영원을 살고 있었다.

사실상 로마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 바티칸 투어 가이드의 추천 맛집이었는데, 이번 여행 통틀어 최고의 파스타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갑작스레 비가 쏟아졌다. 로마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급조한 비닐우산을 쓰고 첨벙첨벙, 비에 반짝이는 오래된 돌길을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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