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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 Jan 03. 2017

이탈리아#9 지중해를 따라

Bring home a piece of Italy - 2014년, 봄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일어나 투어 장소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폼페이-아말피 해안도로 등 남부지역을 둘러보는 현지 투어인데, 하루에 500km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일정이다. 면허를 따고, 베스트 드라이버로 성장해, 이탈리아에 올 그 언젠가를 기약하느니 그냥 이번 참에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드디어 폼페이 도착.


영화에서 봤던 베수비오 화산이 저 앞에 있다. 화산재 대신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왔다. 


차도에 놓인 큼지막한 돌바닥. 자세히 보면 바퀴 자국이 선명히 패어 있다.


장엄한 야외 극장에는 좌석번호가 일일이 붙어있고, 


검투사들의 숙소와 훈련장에는 개양비귀 한 송이가 유독 붉었다.


아말피 해안도로에 접어드니 오른편에 아찔한 절벽이 나타났다. 넓은 지중해 한 쪽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다른 한 쪽에는 비가 쏟아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비구름이 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원래 일정은 이쯤에서 배로 갈아타고 아말피-살레르노를 들러야 했는데, 빗줄기가 거세 배를 띄워도 풍경을 즐기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소렌토로 여행지를 급변경. 레몬사탕, 레몬초콜렛, 레몬비누, 레몬술(리몬첼로)까지 온통 레몬 천지인 소렌토에서 이것저것 맛보고 구경하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렀다. 자유시간이 많다곤 하지만 그래도 투어는 투어인지라 이날은 몸이 편했던 만큼 기억이 그리 촘촘하지 못하다. 


꽉 막힌 도로를 달리고 달려 로마로 돌아오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내일이면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리 실감나지 않아, 짐도 정리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와인 한 잔 털어마신 후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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