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회

by 양희수

바닷가 옆 각진 절벽 한 뼘을 두고 아스러지는 횟집 눈발 날리는 바닷바람 휘몰아쳐 비닐을 찢으려 얼굴을 들이밀고 이모는 곰돌이 담요를 몸에 두른 채 난로 옆에 누워있다 내장을 치우고 물을 끼얹어 핏물이 바닥에 깔리면 바가지로 퍼 나른 물을 부어 빗자루를 비스듬히 세워 쓸어 하수구 구멍으로 내몬다 벌컥 열리는 문이 못이 떨어지지 않았나 걱정도 하기 전에 술 냄새 가득 정장을 입은 노인들이 밀고 들어온다 바람도 이틈을 타 밀고 들어와 한순간에 난로를 차갑게 만든다 이모는 일어나 담요를 구기고 나는 고개를 들어 말끔해진 도마 위에 섰다 여기 이것 좀 썰어 주소 문어를 높이 치켜든다 땅 문어라 한다 오는 길에 잡았는데 귀하다고 한다 영업이 끝났다고 해서 갈 노인들이 아닌 것 같아 먼저 이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문어를 한 입 크기로 썰어 내놓으니 술 몇 병을 금방 비워냈다 곯아떨어진 노인들을 난로 옆에 눕혀놓고 담요를 덮어줬다 새벽 2시 바닷바람은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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