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by 양희수

신이 창조한 이 세상은 완벽하다 하는데 우리는 왜 비극을 겪을까. 어떤 종교인들은 그 또한 신의 뜻이라고 한다. 아니다. 그것은 비극이 맞다. 하나 신이 만든 세상 또한 완벽했다. 하다 못해 우리 불완전한 인간도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작품들은 각자의 이름을 갖고 아직까지 쓰이고 앞으로도 쓰일 것이다. 그중 신이 갖지 못하고 인간만 가진 발견인지 발명인지 모를 그것 때문에 우리의 비극이 발생했다. 차에 치었다. 분명 좌우를 살폈다고 생각했는데 트럭에 치어 죽었다. 맞다. 그랬다. 사고라는 게 갑작스럽다. 어릴 때 자전거를 자주 탔다. 즐거웠고 친구들과 웃으며 동네를 돌고 돌았다. 항상 같은 길을 가더라도 갑자기 넘어지거나 부딪힐 때가 있었다. 분명히 자주 가던 길인데 어느새 보지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 사고가 나면 아프고 감정이 복받치면서 세상이 뒤집어진다. 무릎에 난 상처가 아파서 울고 억울해서 한번 더 운다. 지금은 눈물이 나지 않는다. 거대한 쇳덩이가 빠르게 치고 갔으니 몸통은 다 으깨지고 머리는 바닥에 부딪혀 부서졌겠지. 그나마 정상적으로 남은 다리는 바닥을 굴러 상처투성이가 됐을 것이다. 어디 하나 쓸만한 곳 없어 내가 누군지 알아보려면 빨간 고깃덩이에 손을 집어넣고 지갑을 꺼내야 할 텐데 그럴 사람에게 미안하다. 지금 생각이 또렷하게 들지는 않는다. 자꾸 떠오를 뿐. 책을 읽듯 읊고 있다. 느껴지지만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불안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엄마 뱃속이 이 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사방에 빛이 있다. 한쪽에 어둠이 있다. 그곳이 궁금했다. 가지 말라한다. 누가. 모르겠다. 모두가 공통된 하나를 원망을 하고 있다. 나 또한 그것 때문에 원망을 했다. 내가 한 원망이 떨어져 나와 어둠이 됐다. 어둠이 한 줌 커진 듯 보였다. 신은 그 어둠을 평생 수습하는 게 숙제라고 한다. 인간이 모두 사라지는 그 시간 동안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신은 몰랐기 때문이다. 신은 너무나도 컸다. 내가 있는 곳은 신의 중지 발가락 첫 번째 마디 10001번 세포라고 한다. 신을 만나고 싶었다. 이미 만났지만 가까이 가서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신의 얼굴에 가기 위해 출발했다. 5762년이 걸렸다. 신의 귀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신은 말을 했다. 안녕. 당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 5762년이 걸렸어요. 왜? 당신이 커서 귀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에요. 어디서든 말을 걸면 돼.나는 어디에도 있거든. 힘이 빠졌다. 상관없다. 오는 동안 지루하다고 느낀 적 없었다. 너도 같은 것을 물어보려고 하니. 네. 내가 만든 세상은 완벽했어. 모든 것은 부딪힘 없이 서로 빗겨 나갔고 부드러웠지. 행복을 느껴 모두가 정화되면 다시 맑았던 우주로 회귀 시켜려했어. 근데 세상이 갑자기 시작한 거야. 시작할지는 생각 못했지 내가 정해둔 배치들이 엉키면서 충돌이 일어나고 많은 것들이 발생하더라고 개입하려 했지만 내가 개입하는 순간 변수로써 새로운 시작이 될뿐이야 그래서 지켜보기로 했어. 그리고 나 또한 그 비극을 저기 보이는 어둠으로 인해 겪어야 하고.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그렸지 상영할 생각은 없었어. 나는 모든 게 용서되는 듯 심장이 쓸려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잘못했다. 이제 쉬어라. 나는 빛으로 사라졌고 신은 고개를 숙여 어둠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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