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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Jul 11. 2021

이모

이모는 청파동에 살고 있다. 이모를 만나러 간다. 이모가 사는 빌라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물어보니 이모가 죽었다고 한다. 이모의 시체는 포대에 들어가 있었고 사람들은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나는 감기에 걸려서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특이한 점은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많이. 이모의 머리카락 같다. 나는 몰래 머리카락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걸 본 경찰이 머리카락을 뺏으려 했지만 나는 입에 넣었다. 실랑이가 있었다. 나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알리바이와 가족관계가 증명됐다. 경찰서에 나오면서 입안에 불편한 감이 있어 손가락으로 만졌다. 이모의 머리카락이 목에 걸려있었다. 나는 침을 모아 뱉었다. 하수구로 침과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며칠이 지나고 이모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놀랐다. 이모네에 갔다. 경찰이 시체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이모는 자기의 물건이고 시체가 아니라고 했다. 사건은 마무리됐고 그 정체 모를 것을 방 한구석에 치워두고 이모를 안고 잤다. 이모가 출근을 하고 혼자 집에 남아 있었다. 밖에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모를 토막 내자는 이야기였다. 이모를 잃고 싶지 않았다. 포대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에게 던져주니 사람들은 이모라고 착각하고 그 자리에서 토막 내어 각자 자기 집으로 들고 사라졌다. 나는 잘 해결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모가 퇴근하고 돌아오자 포대를 찾았다. 나는 앞선 일을 이야기했다. 이모는 화를 내면서 토막들을 가져간 사람들에게 찾아갔다. 모두에게 토막을 받아냈다. 개중에는 튀겨지거나 동물의 이빨 자국이 남아있는 게 있었다. 이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토막을 맞췄다. 다시 이모 같은 것으로 돌아왔다. 다시 포대에 넣더니 세탁실 구석 내 손이 닿기 힘든 곳에 깊숙이 넣었다. 감기약을 챙겨 먹어도 감기가 낫지 않았다. 여전히 냄새를 맡지 못해 고통스러웠다. 덕분에 촉감이 민감하게 살아나 이모의 머리카락을 만질 때 기분이 좋았다. 입에 넣고 삼켰을 때도 두부같이 부드러웠다. 다시 맛보고 싶었다. 방안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주웠다. 다 모으니 한 뭉치가 되었다. 입안에 넣으니 씹히지 않고 치아와 엉키기 시작했다. 감기 때문에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고 있는데 머리카락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사람들이 서있었고 집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포대에 나를 집어넣었다. 나는 이모가 아니에요. 뭉개진 발음으로 소리쳤다. 사람들은 듣지 못했는데 포대에 나를 넣고 사라졌다. 다행히 저녁에 되면 이모가 올 테니 그때는 풀려 날 수 있다. 이를 갈아서 머리카락을 끊으려 노력했다. 쉽게 되지 않았다. 세탁실에서 소리가 났다. 무언가를 비집고 나오는 소리였다. 세탁실 문이 열렸다. 나는 포대에 찢긴 천 사이로 밖을 봤다. 이모였다. 이모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이모는 자신이 들어가 있던 포대에 쓰레기를 넣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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