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희수 Oct 25. 2021

진득하게 보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오지 않는 고민

명상을 하면 내려놓으라 한다

그 말과 냉장고 진동소리 미세한 기계소리 이명소리가 베개를 터트리고 깃털을 불어 코를 가르는 간지러움을 만들어 낸다

깃털 하나하나에 가려지는 건너편의 하얀 벽지 오묘한 무늬 갈증

노아의 방주를 떠나는 새는 몰래 나뭇가지를 물고 떠났을까

기다리는 노아와 여러 쌍의 동물들의 간절함을 수평선 너머로 밀어 두고 광활한 수면 한가운데 나뭇가지를 띄워 자신만의 방주를 만들었을까

방주에 균열이 생겨 그 안으로 물이 들어오면 아가미 없는 동물들은 아가미 있는 동물들과 만나 맞춰 놓은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잤을 텐데


바닥에 깔린 깃털들은 어쩌지 다시 베개 안에 구겨 넣고 생각 따위도 잘 못하는 쓸모없는 머리를 받치는데나 써야 하나

다이달로스처럼 깃털을 만들어 더 큰 미궁 안으로 들어가기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깃털을 쓸어버려야겠다

작은 티끌도 남지 않게 걸레로 방 구석구석을 닦아야겠다

기침을 해서 코 안에 남은 작은 먼지까지도 뱉어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백색터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