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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Nov 03. 2021

아이 1

평온이라고 해야 할까 우울이라고 해야 할까 슬리퍼를 신고 가을바람을 카디건으로 담은 온기 소파에 누워 개를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는 털 무릎에 쓸리는 세포의 강이 아닌 무중력 이명의 우주 번개를 맞고 아이를 뺀 모두가 그 벽으로 가라 소리쳤다 나무와 돌로 된 둥근 사막 오아시스와 신기루가 넘치지만 모래 한 줌 없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셨고 졸리면 풀을 베고 잠에 들었다 보이지 않는 언덕 너머 쉬지 않고 걸어오는 맹수를 알고 있다 점으로 된 바다 다양한 어종과 쉼 없이 움직이는 파도 어두운 바다에도 바다가 있었다 물이 닿으면 망가지는 바다에서 갈증으로 정신을 잃기를 반복 쉼 없이 저었던 노가 다행히 망원경이 있는 땅에 닿았다 소수의 원주민들은 벌어지는 나팔꽃과 같이 세상과 등진채로 벌새 한 마리 망원경에 앉길 바랬다 아이는 발걸음도 내지 않고 뾰족한 그곳에 무엇을 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여기까지 오게 했던 탄성은 아이를 통과해 파장이 되어 퍼져나갔고 멈춰 선 아이의 무릎에서는 당나귀의 발굽 소리가 났다 가령 돌아서 기어 나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해도 누가 네 개의 손 끝으로 아이를 질타할 수 있을까 안구를 태워버릴 듯한 빛에 떨며 한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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