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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Mar 13. 2022

오존층

천장에 구멍이 났다고 들었다. 층간 소음으로 두들겼던 천장. 찬 어둠이 맺혀있다. 행거를 설치하면서 구멍이 커졌다. 신경쓰여질 정도. 누우면 발가락 위에 올라 형광등을 끈 방에도 티 나게 찼다. 성이 다른 이의 이름이 적혀있던 종이에서 나의 이름이 적힌 종이. 혼자의 방에서 모두의 방. 담배 냄새가 흘러 구름이 된 천장과 바닥 그 사이. 쥐를 보면 소스라치는 사람이 의도와 무관하게 빙판으로 내쫓았다. 덤덤히 있는 천장 자욱한 백조. 격렬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환한다. 나로 말하자면 피로 물려받은 사랑. 감쪽같은 사랑.

과학시간. 오존층에 구멍이 났다. 당장이라도 콘크리트 밖으로 나가면 짓누를 위협을 무서워했지만 축구공은 지구보다 거대했다.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검은 피부. 가랑이를 가린 폴리에스터.

사람을 불러 천장을 메울지 고민이다. 몇 푼 쓰는 게 아깝다. 익숙해없는 것은 아니니깐. 익숙해지면 없는 듯 살 수 있으니깐. 천장을 다 뜯어내고 새로 갈아야 한다. 사연이라 부르며 그냥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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