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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Sep 15. 2022

비:시

비는 시를 닮았다.

시는 비를 닮았다.

비의 모습은 길게 내리고.

시의 모습은 길게 내리고.

비는 젖게 만들고.

시는 젖게 만들고.

비는 우울하고.

시는 우울하고.

비는 시원하고.

시는 시원하고.

비는 돌고 돌아 비가 되고.

시는 돌고 돌아 시가 되고.

비는 어딘가에 맺히며.

시는 어딘가에 맺히며.

비는 누군가가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고

시는 누군가가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고

비는 흘러 흘러 바다로 가는 데 희미하게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그 속에 생명이 자라나거나 그 자체로 구강을 통해 주입되어 생을 이어가게 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비는 빈틈없이 지상을 적시며 소외된 자 없이 촉촉한 감촉을 준다. 메마른 땅 깊은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묵묵히 땅을 굳혀나간다. 누가 시키는 자 없었고 누가 위협하는 자 없었다. 비는 비로써 시는 시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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