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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Aug 03. 2024

번외) 엄마 아들의 육아 이야기

2주 차 초보아빠의 극한 직업체험

엄마 아들은 2주 전에 딸을 품에 안았다. 비로소 아빠가 된 것이다. 그의 아내(나에게 올케)는 조리원을 퇴소해서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이들에게 문제가 생겼는데, 산후 도우미 이모님이 5일 뒤에나 오신다는 것이었다. 바로 산후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계약한 업체와 타이밍이 맞지 않아 5일간은 부부가 오롯이 신생아를 케어해야 했다. 


집에 온 아기는 첫날부터 뭐가 불편했는지 많이 울었나 보다. 엄마 아들은 내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누나, 애가 3시간째 우는데 어떻게 해야 해?"


신생아가 우는 이유는 보통 배가 고프든지, 아니면 쉬를 했다든지, 아니면 모종의 불편함이 있든지 거의 이 셋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분유를 먹여보라고 했다. 그런데 엄마 아들은 그게 아니란다.


"아직 수유텀이 되지 않았어. 배가 고픈 건 아닌 것 같아."


기저귀도 얼마 전에 갈아주었다고 했기에 원인을 알 수 없었다. 혹시 에어컨 때문에 온도가 너무 낮을 수도 있으니 나는 아기를 따뜻하게 해줘 보라고 했다. 그런데 태열 때문에 온도를 높이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도 전화상으로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가 없어서 일단 엄마 아들에게 적당한 조언과 위로를 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 후로 그는 하루에 두세 차례씩 나에게 전화를 해댔다.


"누나, 애가 토끼똥을 싸는데 변비 같아. 어떻게 해야 해?"


나는 유산균을 바꿔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여러 제품을 검색했는지 주문을 했다고 한다. 지금 먹고 있는 분유와 잘 매칭이 되는 유산균이 있어서 그걸 먹어야 한다나? 나였으면 아이에게 빨리 먹일 수 있도록 약국에서 괜찮은 제품을 하나 사서 일단 먹였을 텐데 말이다.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뭐 아이 아빠의 선택이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기의 변비 문제가 계속 해결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분유를 바꿔보겠노라고 내게 전화를 했다. 나도 어찌 해결 방안이 없어서 일단 소아과에 가서 선생님과 의논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얼핏 듣기로는 분유를 바꾸면 아기 몸에 큰 무리가 온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유를 바꾸면 그 새로운 분유와 잘 맞는 유산균은 어쩌고 저쩌고 @#$%#^&*!!


나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그에게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도 그러려니 했다. 초보 아빠가 무슨 말이 들리겠나 싶어서. 신생아 케어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멘붕 상태인 데다가 잠도 못 자니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됐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하도 이 정보, 저 정보, 온라인으로 마구 검색을 하는 통에 무엇이 올바른 정보인지 취사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블로그에서는 이렇게 말하더라, 어느 맘카페에서는 저렇다더라... 그냥 맹신만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문제를 짚어주었다.


"그런데 신생아라서 정답이 없어. 케바케고, 애바애야. 수유텀 같은 것도 정해진 시간을 따를 게 아니라 너희 애가 배가 고프면 줘야지. 유산균도 특정 분유와 잘 맞는다고 하는 것도 광고 같은데? 너무 영업당하는 거 아니야?"


나의 일침에 알았다고 답하는 그. 그러나 답은 또 정해져 있음을 안다. 그럴 거면서 뭣하러 나한테 전화는 해대는지?^^;; 그냥 힘듦을 토로한 상대가 필요했겠거니 한다. 나도 신생아 시절을 겪어봐서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그냥 전화를 받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해주는 쪽을 선택했다.


  



카톡 메시지와 전화로 육아의 고충을 토로하던 엄마 아들은 급기야 내게 이렇게 물어봤다.


"누나는 호두 어떻게 키웠어?"


나의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호두가 조리원에서 집에 왔을 때도 나 역시 유산균과 분유를 찾으러 여기저기 뛰어다년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그 모든 기억을 돌이켜봤을 때 정답은 단 하나... "시간이 약"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시간이 답이라고. 정답은 없으니 네 아이만 지켜보고 맞춰가라고 알려줬다. 몇 시간마다 분유를 주는지, 몇 ml를 주는지, 잠은 몇 시간을 재워야 하는지 등등의 숫자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 아들은 이번에도 그냥 얘기를 귓등으로 흘려 들었겠지? 나도 내 얘길 듣던지 말던지다. 본인도 직접 깨져봐야 답을 찾을 테니까.






아기가 너무 우는 바람에 밤에 잠을 못 자서 힘들고 괴롭다길래, 내가 잠깐 가서 봐주겠노라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단칼에 거절이다. 뉘앙스를 보니 외부인이 오면 아이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걱정이 되나 보다. 그도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 겪어보면, 신생아는 엄마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지금이 가장 강한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정확히 호두는 24개월 후부터, (어린이 집을 다니기 시작한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때부터 막 이것저것 아플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답이고, 겪어보면 알 일이다. 그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 엄마 아들은 시행착오를 아주 많이 겪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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