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호두를 데리고 키즈카페(이하 키카)에 갔다. 집에서 하루 종일 놀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남편이 바빠서 여름휴가는 물 건너갔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보기 위해 아이와 키카행을 선택했다.
호두는 아직 3살밖에 안된 아이어서 노는 곳마다 따라다녀야 했다. 아이가 놀다가 다치지 않도록 계속 예의주시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키카는 영유아를 위한 곳인지라 구조물들이 낮게 설치돼 있었고 천장이 내 머리에 쉽게 닿았다. 한 덩치 하는 나는 몸을 구깃구깃 웅크리며 아이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정글짐, 미로 같은 동굴, 편백나무 방 등... 호두는 여기저기 놀잇감을 찾아 쉴 새 없이 이동을 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호두 뒤를 쫓다가 여러 번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계속 몸을 수그리고 있다 보니 내 체력은 금방 소진됐고 피로가 재빠르게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키카에 입장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호두 사진을 찍으랴, 시계 보느랴 나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나는 키카를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같이 간 지인들이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이고 놀자고 해서 놀이는 일단락 됐다. 나는 정말이지 살 것 같았다. 드디어 허리를 쭉 펴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키카는 호두와 아빠의 영역이었다. 아빠가 호두를 데리고 들어가서 놀고 나오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아이와 단 둘이 키카에 다녀온 것이다. 키카가 이렇게 (아이를 데리고 놀기가) 힘든 곳인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동안 키카에서 아이를 케어해 준 남편이 고마웠다. 나보다 덩치가 훨씬 커서 더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남편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앞으로도 키카는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가줄 것을 부탁하려 한다. 도무지 나는 체력적으로도 아빠를 못 따라가거니와, 호두는 아빠랑 놀 때 더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빠가 놀아주는 것이 더 재밌나 보다. 암튼 이렇게 키카는 아빠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여보, 고맙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