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도 없다는 단발병에 걸린 나. 일단 자르고 봐야겠어서 평소 다니던 미용실에 갔다. 그런데 담당 선생님이 안 계셔서 처음 뵙는 분께 머리를 맡기게 되었다.
새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은 내 머리 상태를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씀하셨다.
"곱슬이 엄청 심하시네요?"
눼? 습기가 많은 날이어서 앞머리가 조금 구불거리기는 했지만... 반곱슬이다 뿐이지 심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다. 머리를 감고 잘 말리면 저절로 c컬이 만들어져서, 곱슬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아무튼 곱슬머리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들어 의아해하던 중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생님의 공격(?)은 이어졌다.
"매직 안 하세요? 한 번도 해보신 적 없으세요?"
당연히 해 봤는데... 나는 오래전에 해봤고, 굳이 할 필요가 없어서 이제는 안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충격적이고 이상하다는 듯한 반응이 이어졌다.
아니, 내가 괜찮다는데 왜 본인이 그러시는 거지? 기분이 안 좋기도 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머리는 심하게 구불거리지 않는다. 만약 매직펌을 하도록 설득해서 나를 잠재 고객으로 만들려는 영업적 의도였다면 그분은 본업에 충실하신 게 맞다. 그런데 이런 언행은 그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밖에 안 느껴졌다.
머리를 일차적으로 자르고 선생님은 내게 중간 점검 차 머리 모양이 어떤지 물어보셨다. 내가 보기엔 좌우 길이가 맞지 않아서 긴 쪽을 더 잘라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이때다 싶어서 말씀하셨다.
"제가 길이를 맞춰도 곱슬 때문에 올라가 버려서 그런 거예요."
그놈의 곱슬 타령. 지겨웠다. 그리고 내 평생 많은 미용실을 거치면서 곱슬 때문에 머리 자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바다.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2. 원피스? 드레스? 뭣이 중헌디!
"호두가 태어난 지 500일이 되었을 때, 아이 기념사진을 찍어주러 스튜디오에 갔었다. 그냥 한 컷 정도 출력해 주는 캐주얼한 촬영이었다. 당시에 입히려던 드레스가 작아져서 호두에게 입히지 못했고 대신 귀여운 원피스를 입혀 촬영을 했다. 나는 유니크한 원피스 디자인에 나름 만족했고, 아이에게도 잘 어울려서 예쁜 결과물을 받을 수 있었다.그런데 그 사진을 본 동창 친구는 말했다.
"이게 뭐야~~ 드레스 좀 입히지 그랬어."
응? 갑자기 훅 들어온 참견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 사안이 제삼자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인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여자 애라고 매번 드레스를 입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 친구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솔직히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근데 드레스 입혔으면 더 예뻤겠다~~"
이 정도로 이야기했다면, 친구의 아쉬운 마음이 전달돼 내 기분도 상하지 않고 좋았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표현으로 그녀는 선을 넘어버렸다.
다르다는 것
다름은 틀린 게 아니다.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저마다의 다름이 존재하고, 그 차이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명제는 성립될 수 없다.틀림을 강조하며 상대에게 참견을 서슴지 않는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면 더더욱 사양이다.
나도 위에 언급한 두 에피소드를 계기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혹시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선 넘은 간섭을 한 적이 없었는지 말이다.
다름/차이를 느꼈다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아주 중요할 터.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언어의 온도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참견 시점일지라도, 상대를 향한 애정이 예쁘게 담겨있는 조언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일 용의가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갚는다고 했으니,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말할 가치가 충분하다. 적어도 원한은 사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