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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Sep 23. 2016

혼밥 일기

독립만세! 싱글 만만세!

막 싱글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도 집밥을 고집하던 내가 

2016년 9월, 드디어 혼밥을 먹게 됐다.

부동산을 돌고 돌아 구한 집은 짐을 넣고 나니 

가로로 일곱 걸음 반, 세로로 여덟 걸음이면 끝이었다. 

그 공간이 내 침실이고, 내 거실이고, 내 부엌이 되었다. 


좁은 방안을 둘러보니 한숨이 나왔지만,

잔금을 치루는 것만으로도 통장이 거의 비어 어쩔 수 없었다. 

집 안 곳곳에 타인의 얼룩들을 제거하고,

이삿짐을 대충 정리하니 자정이 훌쩍 지났다. 

배꼽시계는 이미 시장기를 잃은 지 오래고,

오래 걸레질을 하느라 종아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시원한 맥주가 생각났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소시지, 쥐포를 사 왔다. 

이사기념파티를 맥주를 한잔 따르고 

하루 종일 굶주린 두 강아지와 마주앉았다.

“Cheers! 영아, 독립을 축하해.”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은 강아지들과 

소시지와 쥐포를 나누어 먹었다.

알코올 기운이 퍼지면서 속이 따뜻해졌다.


“그래, 이제 나는 정말 혼자 사는 거야.”

7년간의 연애를 정리해서만은 아니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독립을 못할 것 같아서였다.

“잘 살 수 있어. 아니 반드시 잘 살아야 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처 수납장을 준비하지 못해 구석에 대충 쌓아올린 옷가방과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은 옷걸이도 사고, 책꽂이랑 책상도 주문해야겠구나.’

눈에 걸리는 모든 곳이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아니어도 집안의 누군가가 해 주었을 일들이지만,

이젠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게다가 강아지 두 마리를 부양하는 일까지.

독립하겠다고 기를 쓰고 짐을 챙기는 나를 향해

엄마는, 내 물건이라며 강아지까지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엄마 나름의 만류라는 걸 알았지만, 

그 것 때문에 독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괜찮아, 오히려 심심하지 않고 잘 됐네.”

소시지를 더 달라고 얼굴을 비벼대는 두 녀석을 향해

맥주잔을 들고 외쳤다.

‘아자아자, 파이팅!! 마흔이면 어때? 부딪혀 보는 거야.

진정한 혼밥의 생활을. 지영아, 힘내자.’

일부러  내 이름을 크게 소리내 불렀다. 

‘지영아, 건배~ 넌 잘할 수 있어. 파이팅!’


빈 맥주병이 하나씩 늘었다.

강아지들이 졸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눈꺼풀이 내려왔다.

술상을 대충 옆으로 치우고 강아지들과 누웠다.

방바닥이 잠자리로 변했다.

금세 등이 배겨왔다.

누우면 등허리 부분이 살짝 들어가면서 

허리를 받쳐주던 내 방 침대 생각이 났다. 

‘익숙해져야 한다. 이 차갑고 딱딱한 바닥이 

내 침실이고, 거실이고, 주방이라는 것에…….

지영아, 아자아자 파이팅...’ 

속으로 끝없이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싱글의 첫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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