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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Dec 20. 2016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책가방> 랜섬 릭스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판타지를 조금 황당무계하고 허망한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현실에서 일어난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판타지를 단순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사람이 바라는 꿈과 상상이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꿈을 꾼다고 하지만, 지난 밤 꿈을 되새김질하고 기록하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꿈을 가지고 꿈을 이뤄가는 것. 그 많은 꿈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만들고 세운 것이다. 꿈을 꾸지 않았다면 현재의 세상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세계는 그런 우리의 꿈과 같다. 위험에 닥쳤을 때, 몸이 투명해지고 하늘로 날아다니고 집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기를 바라던 상상. 그리고 무엇보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고 싶은 소망이 이상한 아이들을 만들어냈다.     




괴물과 이상한 아이들     


평범한 16살 소년 제이콥은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이야기한 이상한 아이들이 사는 섬으로 떠난다.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배를 타고 당도한 웨일스의 작은 섬.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폭격에 부서진 낡은 폐가에 불과하지만, 그곳 루프 안에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너희는 도대체 뭐야?

“우린 이상한 아이들이야. 넌 아니야?”

“아마 난 아닐걸? 아닌 것 같다.”

“안 됐다.” (179p)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는 두 분류였다. ‘코얼포크’라 불리는 평범한 인간들과 ‘크립토사피엔스’로 통하는 이상한 영혼들. 그들은 인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벗어나 지리적으로 시간적으로 격리된 장소에 집을 만들었다. 그들이 왜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숨어 살아야했는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사람들은 바위를 들어 올리는 괴력소년과 공중부양 소녀, 투명인간, 불을 만드는 소녀와 양의 심장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아이 그리고 시간을 조종하는 임브린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없었다.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그들을 멀고 어두운 곳으로 쫓아낸 것이다.    

 

물론 그들을 사냥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할로개스트와 와이트라는 괴물이었다. 잿빛 살가죽에 썩어 움푹한 두 눈과 두툼한 다리, 아이 손목만한 세 개의 혀와 날카로운 이빨로 생명을 단번에 물어뜯는 할로개스트와 매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와이트. 그들은 자신의 영생과 젊음을 위해 동족을 거침없이 해치우는 잔인한 괴물이다.    

 



그들을 위협하는 괴물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자신보다 약한 동물과 아이들에게 폭력과 학대를 일삼거나, 아무렇지 않은 이유로 대낮에 사람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누구라도 어느 순간이 오면 그들처럼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말미에 제이콥과 이상한 아이들은 미스페레그린과 루프를 지키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한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 뭔가를 위해 두렵지만 도전하는 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닌 남을 위하는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이 우리를 이상한 아이로, 또는 괴물로 만들어 간다. 


괴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이상한 아이가 될 것이냐? 인류를 해하고 멸하는 괴물이 될 것이냐 그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이었다.          


(사진은 영화 "미스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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