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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Dec 18. 2016

싸 우는 아이

JI- NOTE

 내 안에는 한 아이가 살고 있어요. 그 아이는 목소리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우렁차고, 

 심장이 용암처럼 뜨거워 말보다 주먹을 먼저 내밀었어요. 어른들은 그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고 했어요.  

    

목소리 큰 여자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다. 

절대 행복할 수가 없어.

여자는 항상 속으로 삼키고 웃어야 한다.

잔소리를 하거나 따지면 안 된단.

늘 연습하고 뱉어라!

예, 알겠습니다. 네, 잘할게요.     


엄마의 노력으로 아이를 잘 숨기고, 아빠가 소개한 남자와 약혼을 했어요. 데이트를 나갈 때마다 엄마는 날 붙들고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어요. 난 늘 알았노라 하고, 인형처럼 곱게 미소를 지어보였지요.      


오늘 남자가 술을 많이 먹었어요. 괜히 나한테도 자꾸 권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 거절할 때마다 찡그리는 게 걸려서 여러 잔 받아먹었어요.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그래서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나 봐요. 기분이 좋아서 그런 건데, 남자가 시끄럽다며 욕을 하고 화를 냈어요. 별거 아닌데, 정말 사소한 트집인데 기분이 상해서 나도 모르게 대꾸를 했어요. 남자가 그만하라며 탁자를 엎었어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내 안의 아이가 튀어나왔어요. 아이는 거세게 울고 소리치며 남자에게 소리쳤어요. 남자의 오른발이 아이 배를 걷어찰 때까지요..

   

탁자를 다 부순 남자가 밖으로 나가고,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꼭 끌어안았어요. 아이는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아프다고, 너무 아프다고 꺼억 꺼억 울었어요. 나는 배를 어루만지며 속삭였어요.

그러니 나오지 말라니까, 조용히 숨어 있으라니까, 이제 다시는 나오지마, 괜찮아, 괜찮아.

나는 아이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무릎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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