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플라워>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뭘까? 엄마, 아빠, 맘마 일거란 예상은 그렇게 따뜻한 것이길 바라고 만든 추측이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에 한 첫말은, ‘아프다’이다.
먹을 것이 풍부하고, 따뜻하고, 고요한 자궁을 벗어나 소란스럽고 차가운 세상에 뚝 떨어진 고통에 찬 아기의 첫 울음소리, ‘아프다’. 아기의 비명을 듣기 위해 엄마는 희미해가는 의식을 부여잡고 후진통을 견딘다. 그 울음이 살아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이야!”
이모는 그 말을 남기고 선물을 사러 나갔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후 찰리는 이모를 죽게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자책감과 환영에 시달린다. 어린 찰리가 감당하기에 비밀은 너무 크고 고통스러워 자주 그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찰리는 여전히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월플라워’ 신세가 되고 만다.
‘월플라워’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 춤을 추지 못하고 홀로 벽에 기대 서 있는 사람을 말한다. 집에서 가족과 있을 때나 학교에 있을 때나 그는 늘 혼자 다니고 혼잣말을 중얼대는 투명한 벽이었다.
“왜 좋은 사람들은 못난 사람들과 사귀는 거죠?
“우리는 우리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사랑받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그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알려줄 수 있나요?”
“우리는 노력할 수 있단다.”
벽에 갇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주먹으로 두드려 안에 있다고 알리거나 나가기 위해 깨부셔야 한다. 찰리는 패트릭과 샘을 만난 뒤 자신의 벽을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벽을 깨기 위한 노력, 그것은 아프다고 고백하는 일이었다. 비밀을 감추고, 울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기억을 지울 것이 아니라 그냥 아파, 너무 아파서 울고 싶어 라고 털어 놓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울음을 참는 것으로 시작한다.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할 때부터 비밀이 생기고, 고통을 안으로 삼키는 내성이 자리잡는다. 더 이상 울고 싶지 않아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속으로 우는 날이 더 많아져 버린 우리는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
어른도 아플 수 있다.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사랑해가 아니라 아프다이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쓸리고 베이고 데이는 우리는 너무나 연약한 존재이다. 괜찮다. 아프다 말해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영화를 보는 척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펑펑 울어도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