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OTE
새벽이 벽에 난 구멍으로 스며들었다. 가늘지만 꺾이지 않고 곧게 뻗은 빛줄기에 손을 갖다 댄다.
아무 느낌이 없다. 따뜻할 거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널 만나는 동안 나는 자주 빛에 스며들었다.
오색에서 무지개로 바뀌는 황홀하고 찬란한 광채 안에서 빨간 구두를 얻어 신고 춤을 추었다.
카렌....
옛날 가난하고 귀여운 소녀는 빨간 에나멜 구두를 탐한 죄로 쓰러질때까지 춤을 추다 두 발을 잘렸다.
그 후 소녀는 목발을 짚지 않고는 영원히 걸을 수 없었다.
해가 뜨고 새벽이 빛 속으로 스며들었다. 너는 무딘 도끼날을 여러 번 내리쳤다.
음악이 사라지고, 빨간 구두가 벗겨지고, 빛이 세상의 모든 곳으로 파고 들어 더없이 밝아졌다.
어둠이 아닌 곳에서의 빛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구두를 벗은 맨발바닥이 돌처럼 단단했다.
이별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
아플 거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