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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Oct 07. 2016

그대라는 이름의 섬

모래사막을 건너서 너에게로

타클라마칸은 하루에 수차례 길이 바뀐다.

바람을 등지고 무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길 위를 

나침반 하나에 의지한 채 낙타와 사람이 걸어야 한다.

어렵게 딛은 발자취가 날리는 모랫바람에 투명해지고,

두건으로 가리지 못한 눈썹과 입술이 모래시계에 묻혀도

걷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삶이란 궤적은 꼭 사막 위를 더듬는 발자국 같아 

돌아보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디 발자국만 그런가?

마주했던 당신의 얼굴조차 모래가루마냥 바스라진다.


당신을 만나기까지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 나는 알지 못했다.

처음 내 사막에 발을 디딘 그대가 말없이 멀어지기까지

하루에도 수십차례의 길이 만들어졌다 지워지길 반복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길의 끝에

과연 당신이 서 있는 건지조차 의심스럽던  때,

타클라마칸을 건넌 한 사내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행과 떨어져 나침반 없이 홀로 걸어야 했던 사내는 

말라죽은 동물의 사체가 우글거리는 그 곳에서 

무조건 오른쪽을 향해 걸었다.

그저 태양은 오른쪽에서 떠오른다는 생각만으로

몇 날인지 세지 못할 날들을 그렇게  걸어

사내는 돌아올 수 있었다. 


아둔하기 짝이 없는 그 사내처럼,

나의 길도 오로지 한 방향이다. 


먼저 간 당신의 등이 향했던 그 곳,

하염없이 걷고 걸어 당신과 마주칠 그 순간까지

그림자마저 투명하게 지워지는 길 위를 오늘도 나는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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