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달의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혜영 Mar 28. 2017

나의 별

달의 일상 

4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4월의 첫 날 갑자기 떠난 배우. 사망소식이 전해진 날이 하필 만우절이라 갑작스런 그의 죽음을 믿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영웅본색>이란 영화에서였다. 마피아 형을 둔 경찰로 분한 그가 전화 부스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 후, 그가 출연한 영화는 하나도 놓치지 않는 열성팬이 되었다.


그의 영화가 개봉되는 날이면 하루 종일 설레었다. 낡은 동시상영관의 좁은 좌석에 앉아 몇 번이나 반복해 보아도 지루하지 않았고, 검은 비가 내리는 필름 속에서 흐릿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행복했다.


그런 그가 떠난 지 14년이 지난 지금, TV에서 재방되는 그의 영화를 보면 긴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현란한 액션장면에선 어설픈 카메라 조작이 드러나고, 시공을 넘나드는 무협장면에선 조잡한 그래픽 합성이 거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가 방영되면 나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모든 세월이 그만은 빗겨 흐른다. 


올 4월, 그의 영화가  재상영된다. 그를 추억하는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으로 모일 것이다. 걔중에는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도 있고, 막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도 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내게는 사랑이 그렇다.   


내가 그를 ‘별’이라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수억 광년의 거리에 있는 별은 소멸해도 수억년동안 지구를 비춘다. 그 곳에 있는 내 스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꼭 스타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가슴에 빛으로 남는 일, 나는 그것을 영원한 사랑이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빵맛 손맛 추억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