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일상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친구에게 선물할 때
시집을 부록처럼 끼어 넣던 때가 있었다
받는 친구들의 심정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약속시간보다 일찍 서점에 나가 시집을 고르는 마음엔
단순한 설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시집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연찮게 서점에서 읽고 맘에 들어
그 자리에서 선택하게 될 때도 있었다
이 시집도 그런 경우였다
제목에 끌려 무심코 표지를 걷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누군가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누군가와 헤어진 직후였는지도 모른다.
마땅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나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시집을 샀지만 친구에게 선물하지 않았다
대신 침실 머리맡에 두고 조금씩 꺼내 읽었다
누가 그리울 때, 혹은 외로울 때마다 천천히 읽고
눈물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나아졌다.
여러번 이사를 다니면서 많은 책을 버렸지만
이 시집만은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집을 펼쳐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많이 행복해서인지 아니면
그저 많은 시간이 지난 탓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더는 시를 읽어도 울지 않는다는 사실이..
시는 예전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홀로 변한 시간이 가끔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