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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Mar 31. 2017

나래 노래

달의 일상

첫사랑과 이별하고 돌아오는 길,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멜라니 샤프카의 ‘The Saddest Thing’이 나왔다. 나는 투명한 가게의 유리문에 바짝 붙어 노래가 끝날때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그 노래는 나만의 노래가 됐다.     


예전엔 거리 음악이 흘러넘쳤다. 동네 어귀나 버스 정류장에 자리 잡은 레코드가게 앞 스피커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좋아하는 곡을 듣느라 버스를 놓치거나 약속시간에 늦는 일도 허다했다.     


우리들 사이에서 공테이프에 여러 노래를 섞어서 녹음하는 게 유행이었다. 친구 생일이면 녹음테이프를 만들어 선물하곤 이어폰을 나눠 함께 들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 듣다보면 테이프가 길게 늘어졌지만,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CD가 나오면서 수명이 긴 그쪽을 선호하게 됐다. CD는 여러번 반복해 들어도 음질이 손상되지 않아 관리가 쉽고 보관도 편리했다.      


지금은 파일형태로 진화한 음원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곡을 선별해 들을 수 있다. 더 이상 음반이나 CD를 소장할 필요가 없어졌다. 노래가 인스턴트 음식처럼 편리하고 간단한 음원이 되면서 관심과 사랑도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아무 때고 접속하면 들을 수 있기에 더 이상 음악을 가슴에 담아두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마음에 있는 노래들은 죄다 그 시절에 멈춰 있다.   

   

벚꽃 아래 둘러앉아 목청 높여 불러도 흉이 되지 않던 때

수줍은 고백 대신 삐삐나 휴대폰에 슬쩍 한곡 녹음해 보내던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밤새 악보를 보며 노래 연습을 하던 시간


그 시간에는 성능이 뛰어난 반주기나 화려한 퍼포먼스가 없다. 오로지 진심을 담은 목소리 하나다.  


그 목소리 하나가 평생을 가슴에 살아 나를 울리고 웃긴다.          



<멜라니샤프카 - 네이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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