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일상
첫사랑과 이별하고 돌아오는 길,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멜라니 샤프카의 ‘The Saddest Thing’이 나왔다. 나는 투명한 가게의 유리문에 바짝 붙어 노래가 끝날때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그 노래는 나만의 노래가 됐다.
예전엔 거리 음악이 흘러넘쳤다. 동네 어귀나 버스 정류장에 자리 잡은 레코드가게 앞 스피커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좋아하는 곡을 듣느라 버스를 놓치거나 약속시간에 늦는 일도 허다했다.
우리들 사이에서 공테이프에 여러 노래를 섞어서 녹음하는 게 유행이었다. 친구 생일이면 녹음테이프를 만들어 선물하곤 이어폰을 나눠 함께 들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 듣다보면 테이프가 길게 늘어졌지만,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CD가 나오면서 수명이 긴 그쪽을 선호하게 됐다. CD는 여러번 반복해 들어도 음질이 손상되지 않아 관리가 쉽고 보관도 편리했다.
지금은 파일형태로 진화한 음원으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곡을 선별해 들을 수 있다. 더 이상 음반이나 CD를 소장할 필요가 없어졌다. 노래가 인스턴트 음식처럼 편리하고 간단한 음원이 되면서 관심과 사랑도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아무 때고 접속하면 들을 수 있기에 더 이상 음악을 가슴에 담아두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마음에 있는 노래들은 죄다 그 시절에 멈춰 있다.
벚꽃 아래 둘러앉아 목청 높여 불러도 흉이 되지 않던 때
수줍은 고백 대신 삐삐나 휴대폰에 슬쩍 한곡 녹음해 보내던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밤새 악보를 보며 노래 연습을 하던 시간
그 시간에는 성능이 뛰어난 반주기나 화려한 퍼포먼스가 없다. 오로지 진심을 담은 목소리 하나다.
그 목소리 하나가 평생을 가슴에 살아 나를 울리고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