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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Apr 29. 2017

책에 잠기는 시간

책 속으로 들어가기

마지막장이 끝나면 눈을 감는다.

손바닥으로 표지를 더듬는다.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오간 손자국이 느껴진다  

   

처음 만났을 때 함부로 걷기를 주저케하던

바짝 선 종이날은 그새 무뎌졌다

친숙해진 표지의 빛깔과 활자가 선명히 떠오른다

책장을 걷으면 가장 오래 머물렀던 페이지가 열린다

독한 잉크 냄새 대신 함께 마신 커피향이 고여 흐른다.    


 

주인공의 뒷모습이 보인다.

실제로 만나면 반가워 인사를 나눌 것 같은 낯익다

그의 말들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웃고 화내고 아득히 절망하던 비명...     



그는 나를 닮았다

아니 너를 닮고 우리를 닮았다

그가 말없이 내 눈을 응시한다

나는 이제 말해야한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를.    



<노랑,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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