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보텀 『내 것이었던 소녀』(2016, 북로드)
“내가 키가 요만한 작은 여자아이일 때 엄마는 큰 막대를 가져와 나를 울리곤 했어 이제 내가 큰 여자아이가 되어 엄마가 못 그러니까 대신 아빠가 큰 막대를 가져와 나를 울리네”
동요라고 하기엔 섬뜩할 정도로 아픈 노래를 부르는 소녀가 있다. 고작 열 네 살이 된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아빠를 죽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아빠를 살해한 패륜녀의 등장. 세상은 그제야 소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소녀가 아프다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칼로 자해를 하는 동안에도 모른 척하던 사람들이 무리지어 소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쓴 마이클 로보텀은 실제로 세 딸의 아빠다. 그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소녀들의 불안한 심리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욕심을 채우는 어른들의 자화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열 한 살인가 열 두 살 때 아빠 창고에서 스탠리 나이프를 가져다가 팔 안쪽 살점을 살짝 집어서 그어봤어.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았지만 피가 날 정도는 됐어. 그게 나한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음 아픈 거랑 몸 아픈 게 짝이 맞는 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동물은 맹수의 표적이 되기 쉽다. 상처는 더 큰 상처를 부르고 슬프게도 그 일은 끝없이 반복된다.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이 소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건을 파헤칠수록 상처받은 소녀들이 늘어난다. 어른에 의해 상처받고 길들여진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악순환. 그들의 관계는 사육사와 가축의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작은 생명을 보호하고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제 아이에게 폭행과 강간을 가르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보다 힘없고 약한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괴롭히고 짓밟는다.
언제쯤 약한 존재가 보호받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그치지 않는 세상은 언제 오는 것일까? 곳곳에 담긴 소녀들의 아픈 비명 때문에 그저 추리스릴러물로만 읽고 그칠 수 없어 책장을 덮는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