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공방예찬』
손으로 더듬어 읽고 싶은 책
후딱 읽어 버리고 싶은 책이 있고, 벽에 집어 던지고 싶은 책이 있고,
머리맡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이승원의 『공방예찬』은 천천히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읽고 싶은 책이었다.
사실 나는 공예나 손재주와는 원수지간이다. 워낙 솜씨가 없어 학창시절에도 만점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손기술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뿐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공방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방이나 의자를 만들고 싶어서는 아니다.
그곳에 밴 짙은 사람 냄새를 맡고 싶어서다
오래된 가구와 가방에서는 그것을 다룬 주인의 냄새가 난다.
얼마나 오래 되어야 사람냄새가 배는 진 모르지만,
장인의 냄새가 지워지고 주인의 냄새가 배기까지는
장인만큼이나 오래 어루만지고 함께 한 시간이 녹아있을 것이다.
가구와 가방을 만드는 일과 글을 쓰는 일도 그와 같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파내듯 글을 쓰는 작가의 몸에서는
가구와 가방을 만드는 사람 속옷에 밴 땀냄새가 풍긴다.
나의 손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 당신의 손은? 그들의 손은?
이 책을 읽고 목수와 내 손의 공통점은 손바닥의 굳은살이란 걸 알았다.
그동안 나는 남들 앞에 설 때 굳은살이 부끄러워 손 내미는 일을 주저했다.
이제는 내 손가락의 굳은살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굳은 살이 커지기를 바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