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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May 15. 2017

아이를 닮은 그림책

린샤오베이 『사랑받고 있어!』(문학동네)

5월 어느날, 귀여운 그림노트가 날아왔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그러다 틈 날 때마다 조금씩 꺼내보았다.

어른이 되고나서 그림책을 여러번 음미한 게 참 오랜만이었다.

사랑이 넘치는 주인공의 그림때문일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서였을까?



어린 시절, 나는 무척 조용한 아이였다. 낯가림이 심해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당시 나의 유일한 친구는 책과 일기장이었다. 아마 그때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나와 세계문학전집,

일기장이 전부일 것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게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랑받고 있어!』의 페이페이에게는 그림노트가 그랬다.

글이 서툰 페이페이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노트에 그림을 그렸다.

페이페이의 그림노트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강아지 노트는 라이카처럼 우주를 누비는 꿈을 꾸고,

동생 마오롱롱은 세상의 모든 것을 노트에서 배웠다.

그들은 노트 안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별을 따고,

고래와 함께 바닷속 유람을 하고, 우울한 달님을 찾아가 아픈 상처를 치료했다.

     

구급함을 꺼내 종이상자를 치료하고 달과 별에게 웃는 얼굴을 그려주는 페이페이를 보면

우리 아이들이 떠오른다. 아이란 존재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른을 웃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에겐 아이의 미소 한 모금이 페이페이의 그림노트처럼 상처를 치료하고 행복한 꿈을 꾸게 한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페이페이의 노트를 들여다보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

화가처럼 훌륭하게 그리지 못해도 좋다.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을 그려도 상관없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에 알 수 없는 선 몇 개를 그리고는

우주를 담아 설명하는 아이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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