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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Apr 14. 2018

고민해결, 팍팍팍

우울한 시간에 동행하기 좋은 책 [미남당 사건 수첩]

                                     쏙쏙 들여다보는 박수무당의 해결 수첩


근심이 쌓여 소화가 안 되는, 삶이 퍽퍽해 잠이 오지 않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래로 의욕을 잃은 당신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서울시 마포구 연남도 777-17번지에 자리잡은 ‘미남당’. 그 빨간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이 쩍 벌어진다. 장발을 드리우고 부채를 흔들며 접신을 하는 수염 듬성한 도사 대신 종이를 갖다 대면 베일 듯 똑 떨어지는 정장 차림에, 스타일리시한 8:2 가르마를 한 미남청년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튀어 나온 듯한 외모가 미덥지 않아 주춤 뒷걸음질로 도망 가려다가는 이내 “네 이놈, 어디서 감히!”하는 간담 서늘한 호통을 맞기 십상이다. 그리고 더 놀랄 틈도 없이 방언처럼 쏟아 붓는 당신의 과거와 현재. 용하다용하다해도 어쩌면 그리 속속 들여다보고 잘 맞추는 지.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은 눈물콧물 흘리며 미남자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게 되고 만다. 들리지 않은 사람은 몰라도 한번 들르면 다시 찾게 된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점집, ‘미남당’. 그곳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 일주일 전 예약은 필수다.


하지만, 사람 일과 사건이란 게 어디 예약하고 이루어지는 건가? 승승장구하던 잘생긴 박수무당 남한준에게 어느날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마니, 그것이 바로 이 책 ‘미남당 사건수첩’이다. 무당과 사건은 사실 기묘한 관계다. 소문처럼 미래를 쫙 바라보는 무당이라면 모든 사건을 요리조리 피해갈텐데 어쩌다 그런 요상한 사건들에 휘말리는 건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 연남동의 명물 박수무당 남한준은 진짜 점쟁이가 아니라 눈치 백단의 프로파일러다. 게다가 24시간 대기하며 고객의 신상을 탈탈 털어주는 천재해커 혜준과 말보다 몸이 빠른 흥신소 사장 수철이 함께 움직인다. 무척 과학적이고 지능적인 천하제일의 사기도사단이라 할 수 있다.


그들 앞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추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왕따를 당하다 사채업자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고교생, 재벌가에 출몰한 귀신의 정체와 하수도에서 발견된 불에 탄 시체, 그리고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재정계 인사의 시커먼 음모와 비리까지. 현재 우리가 사회면에서 쉽게 접하는 사건사고들이다. 그런 사건사고는 여러 날 지면에서 설왕설래하다 슬쩍 사라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고구마를 급히 먹다 체한 기분이 들었는데, 미남당은 그런 사건들을 냉장 잘 된 탄산음료처럼 시원하게 뚫어버린다. 카아, 감탄과 함께 절로 좋아지는 기분은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정재한 작가의 문체 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지만 코난 도일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진지하고 끈적끈적한 악연과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 단서, 무엇보다 지병에 시달리는 음울한 탐정이 없다. 티 없이 밝고 무한히 경쾌하다. 그러면서 콕콕 집어주는 족집게 추리의 진수가 있다. 새로운 한국 추리소설의 등장. 한번 손에 잡으면 놓지 못하게 만드는 신통방통한 미남당의 매력을 한껏 누려보길 권한다.


#정재한 #캐비넷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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