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 S.T.E.P / 찬호께이 X 미스터펫 (알마출판)
S.T.E.P (찬호께이X미스터펫)
이 책은 SF 미스터리물이다. SF 미스터리는 일반 미스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호기심으로 책장을 열었다.첫 장부터 매슈 프레드란 흉악범이 나와 방화, 폭행, 강간,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교묘하게 달아난다. 이렇게 영리하고 잔혹한 사이코패스가 있나하며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모든 사건이 실제가 아닌 형량평가제도에 의해 시뮬레이션된 가상 시나리오였음을 알게 된다.
형량평가제도란 재소자들의 특성을 프로그램에 입력해 출감 후 다른 범죄를 저지를 확률을 알아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2039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제도로 미국 전역의 범죄율이 현저히 낮아져 다른 국가들도 이 사보타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도 사부타주를 근간으로 ‘선인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 출소한 죄수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된다. 게다가 과정에 내부자가 개입된 정황이 포착돼 법무부 직원인 료코가 탐정 메이쿠와 함께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올해 우리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결에서 예상과 달리 인공지능이 우승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런 추세라면, 이 소설에 등장한 범죄예측시스템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때가 오면 우리 삶은 지금보다 나아질까?
주인공 메이쿠는 이렇게 말했다.
“기계는 인류에서 편리를 주는 겁니다. 과학기술은 인간중심이어야 해요.
과도하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기계에 속박되고, 기계의 노예가 됩니다.” (390쪽)
사람의 감정이란 유동적이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실한 사람이 우발적 살인을 하거나 평생 감옥을 들락거리던 범죄자가 뉘우치고 갱생한 경우를 굳이 꼽지 않아도. 사람의 감정을 기계로 나타내는 일이 어려울 거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그것을 만든 것은 사람이다. 사람은 실수를 하는 동물이고, 때문에 인공지능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계들이 인간의 모든 기능을 복제하고 월등한 기술로 진화한다 해도, 감정만은 복제가 불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빈 공간에 무수히 얽힌 웹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선을 가지고 있는 게 사람의 감정이고 뇌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작가처럼 멋진 상상을 하고 그것을 소설로 옮겨 놓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찬호께이와 미스터 펫이 챕터를 번갈아가며 쓴 콜라보레이션이다. 다른 사람이 쓴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지 못하면 뒷글을 이어 쓰지 못한다. 함께 상상하고 공유하고 함께 쓰는 조합은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이기심과 탐욕,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다. 정밀한 미래형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글이지만, 읽고 나면 인간의 심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게 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난 찬호께이와 미스터 펫, 둘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