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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Jul 24. 2024

제주를 상징하는 나무는 녹나무래요

삼성혈에 가면 멍하니 가만히 바라보게 만드는 나무가 있다. 수백 년은 된 듯한 굵은 줄기와 하늘로 뻗은 가지가 신비함을 자아낸다. 신령스러운 장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녹나무이다. 누구나 이 나무 앞에 서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높이 20미터에 달하고 사시사철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녹나무의 국내 자생지는 제주도가 대부분이다. 자생 녹나무는 제주의 서쪽 청수곶자왈과 저지곶자왈에 주로 분포하고 있고, 동쪽의 동백동산이 있는 선흘곶자왈에서도 관찰된다. 어느 마을 오름의 이름은 녹나무가 많아 녹남봉(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이라 불릴 정도로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녹나무지만, 지금은 자생하는 녹나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대신 곳곳에 심은 가로수나 관광지에 심은 녹나무 조경수를 꽤 볼 수 있다.


녹나무는 중국의 양쯔강 남쪽, 대만, 베트남, 일본 혼슈 이남 그리고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 분포하고 있다. 제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녹나무숲이 있으며, 보호수로 지정되거나 기념물로 지정된 녹나무도 있다. 제주시 삼도이동 제주우체국 안에 수령 약 250년 된 녹나무와 서귀포시 서홍동 면형의 집에 있는 수령 약 250년 된 녹나무가 보호수가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다. 또한 서귀포시 도순동에는 천연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된 녹나무 자생지가 있고, 제주시 삼도이동 예술공간 이아 앞에도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된 두 그루의 녹나무가 있다. 녹나무는 곶자왈에서도 잘 자라 척박한 환경을 일구며 살았던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현재 제주의 심볼 나무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녹나무가 있으면 귀신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제사를 지낼 때 귀신이 찾아오지 못할까 봐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의 속설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절이나 신사에 심어 신목으로 사용할 정도로 녹나무를 신성하게 여겼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이웃집 토토로에서 주인공 토토로가 생활하는 나무가 타케오 신사에 있는 수령 3천 년 된 녹나무 신목을 보고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한다. 이 녹나무는 높이 25미터, 나무 둘레 21미터, 뿌리둘레 26미터의 신령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녹나무의 두꺼운 잎과 높은 밀도는 교통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가로수로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녹나무의 학명은 Cinnamomum Camphora 입니다. 캄포라 Camphora 는 녹나무 고유의 향을 의미하는데, 이를 이용해 예로부터 방충제와 진통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녹나무 잎, 나뭇가지, 열매에는 특이한 향이 있으며 맛은 쓰고 시원한 맛이 난다. 녹나무 잎과 나뭇가지를 잘라 수증기 증류를 하면 ‘장뇌유’를 얻을 수 있는데, 장뇌유를 냉각시켜 ‘장뇌’를 생산해 방충제와 진통제로 사용한 것이다. 제주의 해녀들은 물질할 때 쓰는 각종 도구를 녹나무로 만들었다. 장뇌를 만들어내는 물질이 심장을 자극해 환자를 깨어나게 해 준다는 말이 있어 물속에서 생길 수 있는 우환을 대비한 것이다.


녹나무는 크게 자라고 목재는 단단하며 물속에서도 잘 썩지 않아 배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다.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시대 때 송나라 무역선에서 녹나무로 만든 선체의 격벽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제주에선 선박재로 녹나무를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데, 과거 뱃길을 이용해 주변국과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던 섬나라 탐라의 조선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래된 녹나무는 그 자태가 정말 신비롭다. 꼬불꼬불 뻗은 가지는 마치 영험한 기를 내뿜는 것 같다. 제주를 여행하면서 녹나무가 보인다면 소원을 빌어보자. 분명 좋은 기운을 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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