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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Jul 15. 2024

커피를 위해 애도 써봤다

커피템플이 리뉴얼에 들어갔다. 중간중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뀌어 가는 매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곳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2024년 6월 10일 드디어 커피템플은 다시 문을 열었다.


커피템플의 한 피드가 기억에 남는다. 커피밖에 없습니다. 디저트 없고, 단 커피도 없습니다. 오로지 커피만 하게 돼 설렙니다. 파격적인 변화였고, 기대되는 변화였다.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래된 창고의 모습과 마당에 큰 나무도 그대로였다. 이곳의 터줏대감 같은 나무는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잎을 달고서 넓은 그늘을 만들었고, 그늘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여전히 사람들이 입구를 찾지 못하나 보다. 마당을 지나 정면에 보이는, 마치 입구처럼 생긴 문에는 입구는 오른쪽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전에 비해 더욱 정돈된 느낌이 든다. 바리스타의 공간은 넓어져 더욱 주목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그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해졌다. 역시나 메뉴가 단순하다.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선택하면 된다. 다행히 원두는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과 이름이 붙여졌다. 취향에 맞는 원두를 선택했다면 슈퍼클린 에스프레소, 브루잉, 아메리카노, 라테 중 커피를 고르면 된다. 많은 사람이 커피템플에서 기억하는 텐저린 카푸치노는 이제 없다.



온두라스 라 피후다 게이샤, 콜림비아 엘트리움포 자바에 따뜻한 브루잉을 선택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훤히 보인다. 높은 자리에 서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낮은 테이블에 앉아서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무대에서 펼치는 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이 든다. 공연이 끝나자 우리의 커피가 테이블에 도착한다. 커피는, 생소하지만 멋진 도자기에 담겨 있다. 하나부터 끝까지 기존 카페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비껴간다. 두 손으로 도자기 잔을 잡아 향을 맡고 천천히 한 모금 마시는 내 모습은 이 커피를 위해 ‘애쓴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나는 마음과 힘을 다하여 커피의 향을 느끼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입이 넓은 도자기는 향을 더욱 풍부하게 날리고, 도자기 주전자는 적당한 온기를 끝까지 머금고 있다. 따뜻하고 낮은 조도의 조명과 차분한 음악은 리뉴얼의 목적을 더욱 확실하게 말해 준다.


이곳에선 커피 외에 다른 무엇에도 신경을 빼앗기지 않는다.


김사홍 바리스타의 인스타그램 소개 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커피는 사람을 모이게 하고, 생각을 깨이게 합니다.’ 앞으로 커피템플에 모이는 사람은 리뉴얼 이전과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커피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모여 진한 커피 향을 내는 공간에서 커피템플의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쓰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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