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은 동업이었다. 더 정확한 관계는 동업인지 아닌지 설명하기 애매모호한 비즈니스 공동체였다. 각자의 역할은 명확했고, 스스로 내 콘텐츠에 대해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기에 주변의 우려에 태연했다. 이 관계로 6년을 함께했고, 지금은 비즈니스를 분리한 후 각자 자신의 분야를 경영하며 더욱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서로를 응원하고 있으니 실패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 결국 함께 구상한 비즈니스에 성공하지 못했기에 실패일 수도 있겠다.
주변에서는 가장 먼저 물어봤다. 동업자하고 트러블 없어? 마치 트러블이 있어야 할 것처럼. 그들의 원하는 대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너무 잘하고 있어.
사업을 하면서 특히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동업이라는 장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뒤늦게 팀에 합류하면서도 코-파운더 Co-founder의 지위를 얻었지만(그래서 동업인지 아닌지 설명하기 애매모호한 비즈니스 공통체가 돼버렸지만), 일반적으로 함께 구상하고, 함께 투자하고, 함께 시작하는 경우를 동업 또는 공동 창업자라 부른다. 동업이라는 시스템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옳고 그름은 없으며 비즈니스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선택은 항상 자신의 몫.
동업의 장점 첫 번째는 역할을 분담해서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내 아이템 하나를 만들고 다듬어 누군가에 판매하면 끝날 것 같지만 도무지 일은 끝나지 않는다. 상품 개발, 운영, 마케팅은 물론 각종 행정 처리, 자금 / 세무 관리, 심지어 사무실 화장실 청소까지 하루하루 해야 할 일에 치인다.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면 메인 프로젝트를 놓치게 되고 가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게 열심히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동업은 많은 업무를 각자 분담하고 일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파트너를 구할 때 자신과 능력이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게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장점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파트너가 있다면 서로의 의견 공유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즉흥적인 판단을 막아주며 한 번 더 고민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가끔 너무 좋은, 아니 좋아 보이는 기회에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있다.
세 번째 장점은 힘들 때 버팀목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는 외롭다는 말을 자주 한다. 동업으로 6년 동안 지내오다 혼자서 새롭게 창업하고 1년을 지내보니 그 문장이 정확히 와닿았다. 물리적인 외로움뿐이 아니다. 모든 상황에서 선택하고, 결정하고, 감당하는 일을 혼자서 한다는 게 외롭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람을 만난다. 파트너가 있다면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가끔 시시한 이야기가 힘이 되기도 한다.
6년의 세월을 동업자의 위치에 있다 보니 분명한 단점도 알게 되었다. 해결할 수 있는 단점도,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첫 번째 단점은 다수결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3명의 공동 창업자가 함께했다. 언제나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을 통해 사안을 결정했다. 조율이라고 하기에는 다수결의 시스템을 자주 활용했다. 만장일치가 되지 않으면 더 많은(2명) 의견이 소수(1명)를 설득하는 과정을 조율이라고 포장했던 것 같다. 아주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답을 말하고 있었던 소수를 외면한 일도 발생했다. 어떤 일을 결정하면서 다수결보다 그 일에 더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정답은 항상 나중에 확인할 수 있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번째 단점은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정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획을 틀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위의 과정처럼 항상 이견을 조율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면 세 번째 단점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파트너와 가치관이 절대 일치할 수 없다는 최악의 단점이다. 비즈니스에 열정을 쏟는 만큼 파트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우리는 복제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관이 일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큰 틀에서 비슷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으니 비즈니스를 함께 시작했을 것이다. 같은 방향을 보고 일을 하고 있지만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비즈니스의 가치관이 다를 수 있고, 라이프 스타일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비즈니스의 방향에 있어 가치관이 다르다면 오히려 쉽게 끈을 놓을 수 있다. 이 경우라면 빠르게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 비즈니스에 대한 가치관은 같은데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면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업무 스타일, 미적 감각, 시간 개념, 표현 방식, 대화 방법, 위생 개념, 가치관이 다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은 너무나 많다. 사소한 부분이 비즈니스 가치관까지 침범하는 일도 발생한다.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은 존중하면서 비즈니스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나에게 “동업을 추천해?”라고 물어본다면 “아니 추천하지 않아.”라고 대답하겠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스몰 비즈니스였기 때문이어서일 수도 있다. 큰 자본이 아닌 플레이어의 개인기로 만들어가는, 창조적이고, 개성이 강한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들을 그리워하며 나만의 세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만약에 누군가와 다시 동업한다면 파트너를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은 에너지 레벨이 될 것이다. 나와 같은 에너지 레벨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치고 나갈 때 함께 치고 나가고, 내가 지칠 때 함께 지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힘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역시 같은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같은 가치관은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같은 비즈니스 가치관이 있는 사람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절대 비즈니스 가치관을 건들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내 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동료를 만난다는 건 신이 내려주는 선물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동업 파트너보다 협업, 커뮤니티 파트너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