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피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그동안 작은 빈티지가게 선셋봉고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9년, ‘여행’을 업으로 삼기 시작하고, 가장 먼저 제주를 열심히 여행했습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직 우주를 만나기 전이었습니다. 제주 곳곳이 이렇게나 매력 넘치는지 알게 될 즈음 평대라는 마을도 알게 됐습니다.
제주 공항에서 섬의 동쪽 끝으로 가기 전 나타나는 작은 마을의 바이브는 제게 ‘제주동쪽’의 이미지를 바꿔버렸습니다.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제주는 동쪽과 서쪽에 서로 건너기 힘든 심리적 장벽이 있습니다. ‘제주서쪽’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저는 제주시 중앙로를 기점으로 동쪽은 머나먼 곳이었습니다.)
이미 야자수와 에메랄드빛 바다와 섬 특유의 느릿한 감성도 무뎌진 원조 토박이도 이런데 여행자, 혹은 이주민에게는 평대가 더 극적으로 다가갔겠죠. 이곳으로 여행 오고, 터를 잡는 사람들이 이해됐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니 그들이 자고, 먹고, 입고, 즐길 거리도 생겨났습니다. 카페, 맛집이 해변가를 채우기 시작했고, 마을 안쪽 골목에까지 재밌는 콘텐츠를 담은 가게가 생겨났습니다. 가게들은 하나 같이 평대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의 장면은 바꾸지 않으면서 이야기만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올레길 입구에 작은 간판이 아니었으면 선셋봉고도 그냥 지나쳤을 곳입니다. 고옥을 그대로 사용한 빈티지샵 선셋봉고는 멀리서 보면 집인지, 스토어인지, 사람이 사는지, 빈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마을에 자리 잡은 가게들의 흔한 모습이었고, 선셋봉고의 첫인상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부는 옛날 할머니 집을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았습니다. 삐걱거리는 마루, 나무로 마감된 무늬, 숨바꼭질에서 최애 장소였던 붙박이장 모두 과거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그렇게 추억에 잠겨 누군가의 추억이 묻어 있을 빈티지 소품을 구경했습니다. 순간 어디선가에서 리듬이 들려왔습니다. 더 정확히는 쿵쿵거리는 리듬이 몸을 간질이는 것 같았습니다. 소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작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큰 스피커가 있었고, 음악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평소 리듬감 있는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공간을 울리는 무심한 듯한 기타 리프에 홀렸다가 베이스가 치고 나올 때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빠르게 휴대전화를 켜고, 제목을 검색했습니다. 까데호 - 답십리
우연히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게 되면 그 음악이 들어 있는 앨범을 찾아 보고, 다음에는 그 뮤지션의 음악도 모두 찾아 듣습니다. 선셋봉고에서 까데호의 음악을 접하고, 한동안 제 플레이리스트엔 까데호의 음악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까데호의 SNS를 팔로우하고, 그동안 행적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3인조 밴드 까데호의 시작, 추구하는 장르, 활동, 멤버 변경된 이야기까지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며 지금까지도 즐겨 듣고 있습니다. 까데호의 정규 3집 Free Verse 앨범 1번 CD의 10번 트랙 평대행진곡을 들으며 그들이 기억하는 평대를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SNS는 참 좋은 소통의 도구인 거 같습니다. 그들이 뭘 하는지, 뭘 할 건지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2024년 까데호의 제주 공연이 자꾸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반가웠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제주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고요. 2024 스테핑스톤페스티벌 라인업이 뜨고, 까데호의 이름을 확인하고, 순서도 확인했습니다. (아쉽게도 2025년 스테핑스텐페스티벌은 열리지 못했어요.)
스테핑스톤페스티벌은 제주의 대표적인 페스티벌입니다. 우리끼리 ‘여름 명절’이라고 부르는 여름 함덕의 낭만입니다. 크라잉넛, 새소년, 실리카겔도 즐겼던 여름 명절입니다. 저와 청춘을 함께한 페스티벌에 이제는 아이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아이도 스테핑스톤페스티벌과 청춘을 함께하길 바라봅니다.
시간에 맞춰 함덕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나이가 들어도 설렙니다. 특유의 그루브한 리프로 시작합니다. 무대에는 세 명뿐이지만 함덕을 꽉 채우는 끈적함입니다. 덥지만 끈적한 사운드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멀리서 소리에 집중하다 결국 무대 앞으로 갔습니다. 아이와 함께. 시야에 가려 무대가 보이지 않는 아이를 안고 몸으로 리듬을 탔습니다. 아이에게 아빠의 리듬이 전해졌을까요? 아이는 지금 기타를 튕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어폰에서는 까데호의 Free Verse가 흘러나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지만,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집니다. 까데호의 음악은 제주와 닮았습니다. 까데호의 음악과 함께하면 훨씬 끈적한 제주를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의 제주 여행에 까데호를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