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용두암에 가면 ‘용의 머리’를 찾기 바빴습니다. 이리저리 아무리 봐도 제 눈에는 용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눈앞 장면과 머릿속 상상을 더해 내키진 않았지만 결국 용머리를 인정했습니다.
용두암은 용의 머리를 닮은 10m 높이의 암석으로 오래전부터 제주의 명소였습니다. 까만 돌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신비로운 모습에 많은 사람이 찾았죠. 밀려오는 파도가 용두암을 쳐 물거품이 흩날리는 장면은 용두암의 숨겨진 풍경입니다.
제주도에는 용두암 같은 신비한 장면을 곳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섬에 흐르던 용암은 서서히 굳으면서 독특한 형태를 남기게 됐고,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은 그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화산섬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입니다.
용두암은 대표적인 화산 지형입니다. 50만 년 전, 제주도에서 ‘육상 화산활동’이 활발하던 시기, 제주시 북쪽 해안가에서 내륙으로 4.5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분출한 용암이 해안가로 흐르며 용두암과 주변 지형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에서 분출한 용암은 대부분 현무암질 용암류에 속하는데, 현무암질 용암류는 크게 파호이호이(Pahoehoe) 용암류와 아아(Aa) 용암류,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용암 분출 당시의 온도, 점성, 유속 등에 의해 다른 특성을 갖게 됩니다.
다른 성질의 용암류는 굳어서 생기는 암석의 형태도 다르게 만듭니다. 파호이호이 용암류는 굳어지면 표면이 유리질과 같이 반짝이고, 매끄러운 형태의 암석, 암반이 형성되고, 아아 용암류는 불규칙하고, 거칠며, 특히 겉면이 부서져 만들어지는 ‘클링커’가 두껍게 쌓인 클링커층이 만들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클링커(Clinker)는 ‘깨진 용암 조각’, ‘거칠고 각진 용암 덩어리’를 뜻하는데, 아아 용암은 지표로 흘러나오면서공기와 맞닿은 겉 부분이 먼저 식으며 굳게 됩니다. 굳은 표면 안으로 뜨거운 용암이 계속 흐르면서 내부의 뜨거운 용암이 굳은 표면을 밀어올리기도 하는데, 이때 껍질이 갈라지고 깨지며 부서진 조각들, 즉 클링커가 생깁니다. 용암이 멈추지 않으면 클링커를 밀고 나가는데, 깨진 조각들은 굴러내리며 계속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밀려온 클링커는 계속 쌓이면서 두꺼운 클링커층을 만듭니다.
용암이 멈추지 않으면 두꺼운 클링커층을 밀고 가면서 부분적으로 관입하기도 합니다. 이런 관입 현상을 스퀴즈업(squeeze-up)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이 용두암과 같은 형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용암이 멈추고, 관입한 용암이 굳으면 오랜 세월이 지나 클링커층이 떨어져 나가면서 스퀴즈업 상태로 굳은 용암 암석만 남습니다. 이렇게 용두암 형태의 암석이 탄생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모습은 이야기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다에 굳어버린 용이 됐다는 전설,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소원이던 백마가 장수의 손에 죽어 굳어서 돌이 됐다는 전설처럼 많은 이야기가 용두암에 내려옵니다.
용두암은 제주 공항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마을인 용담에 있고, 근처 용연(용연구름다리), 용담 해안도로, 제주시 원도심, 동문재래시장까지 근처에 있어 함께 여행하기 좋습니다. 환상적인 풍경 속 화산섬 제주의 모습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