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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Oct 14. 2022

보물 제322호 제주 관덕정

제주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물을 꼽으라면 당연히 관덕정이다. 단층 팔작지붕, 앞면 5칸, 옆면 4칸의 130여 제곱미터(40여평)에 이르는 제법 당당한 전통 건축물이다. 제주목관아와 함께 과거 제주 성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유적으로 요즘 핫한 제주시 원도심을 여행하면서 슬쩍 보고 지나가기 좋은 곳이다.

관덕정은 보물 제322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실 관덕정은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에 가깝다. 이미 고려 시대에 존재했으며, 조선 시대에는 ‘관덕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각이 수도 한양을 비롯해 충청도, 전라도, 평안도, 그리고 제주목 등에 존재하고 있었다. 현재는 제주를 포함해 대구 서구 대명동과 전라북도 남원에 남아 있어 이곳의 명칭이 ‘제주 관덕정’으로 바뀌었다.

관덕이란 ‘활을 쏘며 높은 덕을 쌓는’ 의미이다. 유교 사상인데 ‘예기’ 사의 편에 ‘활쏘기란 진퇴와 주선이 반드시 예에 맞아야 한다. 마음이 바르고 자세가 곧아야 활과 화살을 잡을 때 안정되고 든든하며, 이런 다음에야 과녁을 맞힐 수 있다. 이것으로써 덕행을 보는 것이다.’라는 사자소이관덕성야에서 따온 이름이다. 관덕정 앞 광장에서 관이 주도하는 많은 옥외행사가 벌어졌는데 그 대표적인 행사가 활쏘기였기 때문에 관덕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관덕정 편액은 장중한 해서체로 가히 명필의 작품입니다. 본래 조선의 명필 안평대군의 글씨였으나, 화재로 소실되었고, 현재의 현판은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아계 이산해 또는 정조 때 제주목사인 김영수의 글씨라고 전해지고 있다.

관덕정 앞에는 큰 키의 돌하르방 2개가 서 있다. 재밌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늠름한 모습도 있다. 제주도에는 48개의 오리지널 돌하르방이 있었다. 제주시 원도심 지역을 둘렀던 제주읍성에 24개, 지금 표선 지역인 정의현성, 그리고 대정 지역인 대정읍성에 각 12개, 총 48개가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1개가 소실되고 현재 47개의 오리지널 돌하르방이 남아 있다. 그중 2개는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나머지는 제주도에는 중요 시설 곳곳에 서 있다.

제주도 역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유적이 사라졌다. 그래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여행 중에 멋진 유적이 보인다면 꼭 그곳이 간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오래된 이야기에 새로운 흔적이 쌓일수록 더 멋진 역사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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