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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May 08. 2023

제주로부터 얻는 영감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2

제주시 원도심 또는 구도심으로 불리는, 그러니까 제주에서 오래된 도심인 이곳은 사람도 건물도 연륜이 쌓여 있다. 사실 원도심은 가장 먼저 발달한 도시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한동안 이곳의 오래된 건물은 골칫거리였다. 생명이 다한 건물에 더 이상 새로운 활기가 돌지 않고, 겨우 버티며 서 있는 건물은 흉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원도심은 가장 먼저 발달한 도시였기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의 계기만 있으면 재밌는 이야기로 넘쳐나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곳에 그 계기를 불어 넣는 곳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모텔이었던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미술관으로 바꾼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2는 역시나 건물 리노베이션으로 미술관이 된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1과 함께 원도심을 강렬한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를 없애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쌓는 방식으로 세 개의 미술관을 만들어 낸 아라리오 뮤지엄은 우리가 어떻게 이 마을을 지속시킬지 방법을 제시한 제주시 원도심 재생의 시초였다. 이를 계기로 이곳엔 크고 작은 다양한 재생 공간이 생겨났으며, 조금씩 재밌는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다.



구본주 작가의 유작 '별이 되다(2003)'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2는 현재 “21세기를 빛낼 조각계의 떠오르는 별”로 불렸던 구본주(1967~2003) 작가의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이 과장의 이야기 - 아빠 왔다 I’m Home’ 전이 열리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3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조각가 구본주의 조각은 나무, 흙, 철, 청동 등 전통적인 재료를 자유자재로 다룬 형상 조소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과장의 40번째 생일날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구본주(1991), mixed media, 50 X 210 X 110cm



이 과장의 40번째 생일날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구본주(1991), mixed media, 50 X 210 X 110cm



‘이 과장의 40번째 생일날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작품은 어딘가 끊임없이 달려가고, 무엇을 애써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직장, 사회, 가족 안에서 겪는 지금 나의 모습인 것 같아 공감이 가는 작품이다. 40이 지났을 수도, 앞으로 돌아올 나이일 수도 있지만, 40번째 생일날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고, 모습일까?



미스터 리, 구본주(1995), FRP, 110 X 30 X 120cm



위기의식 1, 구본주(2000), wood, 70 X 22 X 250cm



구본주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아우른다. 항상 약자를 보듬었고, 노동자, 샐러리맨, 아버지, 가족을 이야기한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큰 울림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1, 2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제주 여행 중 새로운 영감을 받고 싶으면 이곳을 꼭 들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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