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걸 추억으로 먹는다

동문시장 사랑분식

by 우주가이드

내가 중학교 학창 시절, 아마도 아주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다. 동문시장엔 떡볶이 골목이 있었다. 도꼭지, 참새방앗간, 사랑분식, 서울분식. 더 많이 준다고 들어오라는 아주머니의 호객 행위에 넉살 좋게 받아주지 못하고 쭈뼛쭈뼛 끌려가듯 분식집에 들어간 기억이 있다.



IMG_3589.jpg



그 시절 탑티어 떡볶이 가게는 도꼭지, 참새방앗간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분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긴 대기 줄이 생길 만큼 손님이 많아졌다. 역시 끝까지 남는 자가 결국 최종 승자다. 동문시장 떡볶이 가게는 떡볶이에 김밥, 만두 튀김을 한 그릇에 담아 주는 모닥치기 스타일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 이 골목에 남은 사랑분식, 서울분식도 사랑식, 서울식이라는 이름으로 그 메뉴 그대로 팔고 있다. 달라진 건 사람이다.



스크린샷 2023-05-13 오후 9.31.20.png



교복 입은 학생으로 가득 찼던 가게 안은 관광객이 대신하고, 어머니를 도와 교복을 입고 서빙을 했던 딸은 이제 직접 떡볶이를 만드는 메인 셰프로 자리를 옮겼다. 달곰한 떡볶이 국물에 한 접시 가득 서비스로 주셨던 바삭한 만두 튀김을 찍어 먹었던 맛은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각난다. 그래서 자꾸 들리게 된다.



IMG_4299.jpeg



우리는 추억으로 먹는 음식에 관대해진다. 가격이 올라도, 양이 줄어도, 불편해도 웬만하면 용서가 된다. 하지만 이곳에 추억이 없는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줄을 서면서까지 꼭 먹어봐야 할 이유는 없다. 그냥 내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로부터 얻는 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