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시장 사랑분식
내가 중학교 학창 시절, 아마도 아주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다. 동문시장엔 떡볶이 골목이 있었다. 도꼭지, 참새방앗간, 사랑분식, 서울분식. 더 많이 준다고 들어오라는 아주머니의 호객 행위에 넉살 좋게 받아주지 못하고 쭈뼛쭈뼛 끌려가듯 분식집에 들어간 기억이 있다.
그 시절 탑티어 떡볶이 가게는 도꼭지, 참새방앗간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분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긴 대기 줄이 생길 만큼 손님이 많아졌다. 역시 끝까지 남는 자가 결국 최종 승자다. 동문시장 떡볶이 가게는 떡볶이에 김밥, 만두 튀김을 한 그릇에 담아 주는 모닥치기 스타일로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 이 골목에 남은 사랑분식, 서울분식도 사랑식, 서울식이라는 이름으로 그 메뉴 그대로 팔고 있다. 달라진 건 사람이다.
교복 입은 학생으로 가득 찼던 가게 안은 관광객이 대신하고, 어머니를 도와 교복을 입고 서빙을 했던 딸은 이제 직접 떡볶이를 만드는 메인 셰프로 자리를 옮겼다. 달곰한 떡볶이 국물에 한 접시 가득 서비스로 주셨던 바삭한 만두 튀김을 찍어 먹었던 맛은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각난다. 그래서 자꾸 들리게 된다.
우리는 추억으로 먹는 음식에 관대해진다. 가격이 올라도, 양이 줄어도, 불편해도 웬만하면 용서가 된다. 하지만 이곳에 추억이 없는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줄을 서면서까지 꼭 먹어봐야 할 이유는 없다. 그냥 내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