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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Jun 11. 2024

우도의 주인이 된다는 건

우도는 제주에서 대표적인 여행 스폿입니다. 아침 7시부터 늦은 오후 6시까지 성산과 우도를 왕복하는 도항선에는 항상 사람들이 꽉 차 있습니다. 배가 섬 속의 섬에 도착했을 때 들뜬 표정으로 내리는 여행자를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입니다.


해가 떠 있는 우도의 낮은 시끌벅적합니다. 환상적인 우도의 자연과 여행자, 그들이 타고 다니는 전기 스쿠터, 화려하게 유혹하는 가게들이 어우러지는 우도는 제주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입니다.


우도를 떠나는 마지막 도항선의 출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우도에 남아 있는 여행자는 조금씩 줄어듭니다. 그러면 섬은 점점 조용해집니다. 드디어 마지막 배가 떠나고 이제 진짜 우도가 시작됩니다.


우도의 진짜 모습은 여행자가 모두 떠난 뒤에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아늑한 고립된 섬의 모습을 한 진짜 우도를. 이때의 우도를 경험한다면 분명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이 시간을 더 오래 누릴 수 있습니다. 다음 날 풍랑주의보가 예상되면 서둘러 우도로 향합니다. 여행자가 떠난 늦은 저녁 시간만이 아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하루 동안 완벽히 우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비와 바람은 세차지만 겨우 문을 연 식당을 찾아 밥을 먹는 경험도, 파도로 집어삼킬 것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경험도, 보리밭에 떨어지는 비를 가만히 구경하는 경험도 다시는 못할 경험입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다 가져갑니다.


우도의 주인이 된다는 건 특별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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