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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유정 Jun 18. 2021

싸우지 않는 커플은 이렇습니다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커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하루 걸러 박 터지게 싸우는 커플, 혹은 어지간하면 안 싸우는 커플.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싸우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대개 그렇지 않죠. 마음에 생채기 남기는 모진 말로 서로를 할퀴고, 같은 이유로 반복해서 싸우다가 이별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연애를 하는 친구들은 애인과 잘 싸우지 않는 친구에게 항상 이렇게 묻더군요.


"진짜 부럽다. 너희 커플은 어떻게 그렇게 안 싸워? 정말 신기해."


저도 항상 신기해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대답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1년 반을 만나는 동안 정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연애 중이거든요. (물론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겠지만요.) 막상 '싸우지 않는 커플'로 지내보니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것만큼 대단한 비결은 없더라고요. 다만 마인드셋이 예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몇 가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평온한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유지하는 마인드셋은 이렇습니다.



1. 우리의 가치관은 어쩔 수 없이 달라

서로 오랜 세월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잘 맞기는 어렵죠. 당연합니다. 사건 하나로 가치관이 달라지곤 하는데, 살면서 무수한 사건을 겪을 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늦게 까지 친구들과 술 마시는 걸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애인이 그렇게 하는 걸 싫어하죠. 어떤 사람은 이성 친구들이 많고, 어떤 사람은 이성 간에 친구는 없다고 믿고요.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대신 내 가치관이 어떤지 애인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죠. 가치관이 충돌할 때마다 서로 충분히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상대방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나는 합의점을 찾고 싶어

갈등이 생기려고 하는 순간, 취할 수 있는 자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피하기, 화내기, 그리고 협의 가능한 중간 지점을 찾기. 피하는 건 제일 말리고 싶어요. 어차피 그때뿐이고 머지않아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테니까요. 심지어 그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져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마주할 수 없게 됩니다. 화내는 건 어떻고요. 순간 욱 해서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은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둘 모두에게 큰 피해가 남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쉽지 않겠지만 협의 가능한 중간 지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상황을 직면하시기 바랍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난 너랑 싸울 생각이 없고, 이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고 싶어."라는 의지를 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생각보다 유하게 흘러가고 원만하게 해결됩니다.


3. 실수할 수 있지, 사람이니까

제가 요즘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마인드입니다. 누군가 제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실수를 하더라도 '어떻게 저러지?' 대신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마음은 '나도 언젠가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꽤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연애를 돌이켜 보니,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소한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서 온갖 싸움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인데 어떻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물며 그렇게 욕했던 전 애인의 실수를 저는 절대 안 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죠. 시간이 흘러 돌이켜 봤을 때 그런 일에 화를 냈다는 게 머쓱해지기도 하고요. 그러니 상대방의 작은 실수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너그럽게 용서하세요. (그렇다고 모든 실수에 대해서 용인할 필요는 없어요! 기꺼이 용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상대방이 그 마지노선을 넘으면 그땐 관계를 끊는 것이 저를 위한 일입니다.)





안 싸우는 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닐 겁니다. 싸우기 싫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꾹 참고 말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곤 이왕이면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연애를 하는 게 좋잖아요. 지금부터 한순간도 남김없이 사랑한다고 해도 100년도 안 남았는 걸요? 싸우면서 감정 소모하고 스트레스받는 시간을 아껴서 후회 없이 사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그래도 싸움이 발생하거든, 서로 '비방, 욕설' 금지! 과거에 이미 해결한 이야기 꺼내지 않기! 건강한 싸움(?)을 하시기 바랍니다.





양유정 

그림 소우주 (instagram@sowoojo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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