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커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하루 걸러 박 터지게 싸우는 커플, 혹은 어지간하면 안 싸우는 커플.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싸우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대개 그렇지 않죠. 마음에 생채기 남기는 모진 말로 서로를 할퀴고, 같은 이유로 반복해서 싸우다가 이별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연애를 하는 친구들은 애인과 잘 싸우지 않는 친구에게 항상 이렇게 묻더군요.
"진짜 부럽다. 너희 커플은 어떻게 그렇게 안 싸워? 정말 신기해."
저도 항상 신기해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대답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1년 반을 만나는 동안 정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연애 중이거든요. (물론 앞으로의 일은 장담할 수 없겠지만요.) 막상 '싸우지 않는 커플'로 지내보니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것만큼 대단한 비결은 없더라고요. 다만 마인드셋이 예전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몇 가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평온한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유지하는 마인드셋은 이렇습니다.
서로 오랜 세월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잘 맞기는 어렵죠. 당연합니다. 사건 하나로 가치관이 달라지곤 하는데, 살면서 무수한 사건을 겪을 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늦게 까지 친구들과 술 마시는 걸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애인이 그렇게 하는 걸 싫어하죠. 어떤 사람은 이성 친구들이 많고, 어떤 사람은 이성 간에 친구는 없다고 믿고요.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대신 내 가치관이 어떤지 애인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죠. 가치관이 충돌할 때마다 서로 충분히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상대방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갈등이 생기려고 하는 순간, 취할 수 있는 자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피하기, 화내기, 그리고 협의 가능한 중간 지점을 찾기. 피하는 건 제일 말리고 싶어요. 어차피 그때뿐이고 머지않아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테니까요. 심지어 그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져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마주할 수 없게 됩니다. 화내는 건 어떻고요. 순간 욱 해서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은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둘 모두에게 큰 피해가 남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쉽지 않겠지만 협의 가능한 중간 지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상황을 직면하시기 바랍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난 너랑 싸울 생각이 없고, 이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고 싶어."라는 의지를 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생각보다 유하게 흘러가고 원만하게 해결됩니다.
제가 요즘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마인드입니다. 누군가 제 논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실수를 하더라도 '어떻게 저러지?' 대신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마음은 '나도 언젠가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꽤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연애를 돌이켜 보니,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소한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서 온갖 싸움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인데 어떻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물며 그렇게 욕했던 전 애인의 실수를 저는 절대 안 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죠. 시간이 흘러 돌이켜 봤을 때 그런 일에 화를 냈다는 게 머쓱해지기도 하고요. 그러니 상대방의 작은 실수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너그럽게 용서하세요. (그렇다고 모든 실수에 대해서 용인할 필요는 없어요! 기꺼이 용서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정해두고 상대방이 그 마지노선을 넘으면 그땐 관계를 끊는 것이 저를 위한 일입니다.)
안 싸우는 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닐 겁니다. 싸우기 싫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꾹 참고 말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곤 이왕이면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연애를 하는 게 좋잖아요. 지금부터 한순간도 남김없이 사랑한다고 해도 100년도 안 남았는 걸요? 싸우면서 감정 소모하고 스트레스받는 시간을 아껴서 후회 없이 사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그래도 싸움이 발생하거든, 서로 '비방, 욕설' 금지! 과거에 이미 해결한 이야기 꺼내지 않기! 건강한 싸움(?)을 하시기 바랍니다.
글 양유정
그림 소우주 (instagram@sowoojoo_)
잠깐 주목!
(저희 이제 레터로도 보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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