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에어비앤비 아르바이트생

어서오세요. 마담입니다 :)

by 마담

제주에 온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이 없는지라 제주에서도 무언가 할 일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 지인이 에어비앤비 사업을 할 예정인데, 운영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때마침 공유 숙박에 대해 강의까지 들어가며 혼자 공부할 때였다. 일도 하고 싶고 아이들 학교 간 시간 동안 소일거리라 딱이었다. 오픈부터 돕는 일이라 관련 법 공부뿐만 아니라 숙박 운영 노하우 등을 배우기 위해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전혀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인테리어까지 공부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동시에 방 하나하나를 세팅하고 에어비앤비와 각종 숙박 예약사이트에 올릴 사진을 찍고 홍보도 고민했다. 비록 내가 대표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내일처럼 즐겁게 열정적으로 임했다.



다행히도 오픈 하자마자 예약도 많이 들어왔고 다녀간 고객들이 평가도 엄청 좋았다. 애어비앤비의 생명은 별점. 대표님은 고객을 담당하는 외무부 장관, 나는 사무, 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내무부 장관 역할을 착착 해냈다. 대표님은 영어도 잘했지만, 내가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용감한 여성답게 거침이 없었다. 여태껏 주부로만 지냈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무례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사람에게는 강하고 좋은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멋진 분이었다. 나 또한 어떻게 하면 많은 객실을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급기야는 엑셀이긴 하지만 예약 프로그램까지 다 만들었다. 그리고 그간 열심히 발품 팔며 다녔던 숨은 관광지와 맛집 리스트 제공은 우리만의 특별 서비스였다. 매번 대표님과 개선책을 이야기하며 고객에게 빠른 대응은 물론 세심한 웰컴 문자 등 친절하게 대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성비 숙소로 소문이 나 곧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가 되었다.



슈퍼호스트 숙박업소가 되니 자연스레 만실도 자주 되었다. 객실 수가 몇 십 개 되다 보니, 외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오는 다양한 손님을 만났다. 자녀들이 제주도로 60대 부모님 한 달 살기를 보내줘서 오신 손님, 아빠와 초등학생 아들의 한라산 등반 여행, 50대 친구 우정 여행, 한없이 유쾌해 보이던 3대 가족 손님 등 5년 가까이 된 지금도 다 기억이 난다. 안 되는 영어지만 제주항 배 예약, 터미널 이용, 여행 코스 안내 등 외국 손님 대응도 막상 닥치니 다 해결되었다. 늘 좋은 사람들만 있을 수도 없는 일. 화장실 토사물. 쓰레기는 산더미, 먹은 음식을 테이블에 그대로 펼쳐 두고. 회 초장을 이불과 침대까지 다 흘린 역대급 손님에게 애어비앤비 별점을 낮게 줬더니 전화 와서 본인들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냐며 장사 못하게 SNS에 다 도배해 버리겠다며 매일 전화 와 괴롭히던 사람도 있었다. 간혹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매너 꽝인 손님들을 볼 때면 씁쓸했다.


에어비앤비 사업은 사실 낭만이 아니라 90% 청소업이었다. 구석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가 곧 별점 평가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닦고 또 닦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만 했다. 돌돌이는 출근 후부터 퇴근 때까지 필수 소지품이다. 내 집을 평소 이렇게 정성들여 청소하고 침대 시트를 각 잡아 세팅했다면 남편이랑 평생 싸울 일이 없었을 거다. 코로나가 터지며 아이들 등교가 멈추는 바람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어야 했지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랜 조직생활을 하며 헛된 경험은 하나도 없음을 배웠다. 이색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은 내 안에 박혀 있고. 언제가 내게 또 다른 길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먼 노후 제주에서 멋진 구옥을 하나 빌려 손님을 기다리며 나만의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서 오세요. 마담입니다. :) "



두 아이와 함께한 6년의 제주살이를 정리하는 중입니다.

흔들리는 40대를 오롯이 제주에서 보냈습니다.

이대로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워 그간의 시간들을 제 식으로 잘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또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정리하는 글들이 곧 6년이란 시간에 대한 제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끝이날지 알 수 없지만. 담담하고도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훗날. 우리 동네 단골 디저트집 같은 공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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