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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오늘 Dec 06. 2023

타고난 한량이 타고난 돈이 없을 때

망망사이 불안은 이렇게 해결하세요(찡긋)

 



 타고난 한량이 나고 자란 곳에서 돈이 샘솟지 않을 때, 그 한량은 매우 괴로워하며 울부짖는다.

  나는 왜 돈이 없는고약.

  통장 잔고를 살피지는 않는다. 그래봐야 돈이 샘솟는 거 아니잖니. 다만 빠져나갈 돈이 있으니 여기서 저기서 돈을 모아봐야겠지.

  타고난 한량은 시를 좋아하고 소설을 좋아하고 허무맹랑한 말귀들을 긁어모으며 행복해한다.

  이것 봐! 오늘도 이렇게 돈이 되진 않지만 마음이 간질 해지는 말들을 모아봤어. 히호히호히호

  요즘 매일 일기를 쓴다. 써봤자 이제뭐먹고사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조막한 범주 내에서 나는 절망과 희망을 한 페이지에 집어넣는다. 남은 쪼가리는 집어삼킨다. 우걱우걱우걱. 그럼 기껏 뱉어냈다 다시 집어삼킨 망망들이 불안으로 바뀌고. 망망대해 속 나는 이를 알지만 어쩌지 못하고 함께 산다.

  쓰고쓰고쓰고 삼키고 바뀌고 받아들이고. 쓰고쓰고쓰고 삼키고 바뀌고 받아들이고.

  망망대해 :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

  망망대해는 절대 내게 크고 넓어 막연하고 두렵다 하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라고만 했지. 그 안에 의미를 둔 것은 나다.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를 보고 웅장함과 위대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막연하고 두렵다 했다.


막연하고 두려워.

막연하고 두려워.


  타고나길 쪼렙으로 태어나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으면 글 따위 내팽개치고 놀러 나간다. 행복해. 행복해. 앵무새처럼 고개를 조악거리며 간단한 단어를 내뱉는다.  말로 하면 되지 왜 글을 쓴담? 흥.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그러다 망망 사이 불안이 찾아오면 황급히 글을 찾지. 공책과 볼펜. 공책과 볼펜. 글을 줘. 뭐라도 끄적거려야겠으니 공책과 볼펜. 공책과 볼펜. 그렇게 내 공책은 불안으로 검어져가고. 내 마음은 희망과 절망을 한 페이지 안에 집어넣다 망망 속 남은 쪼가리만 다시 집어삼킨다.

그래 그 정도 쪼가리는 씹어 먹어주지. 우걱우걱우걱. 쪼가리는 절대 큰 파도가 되어 나를 덮치지 않는다. 언제나 잔잔하게 나를 진동시키기만.





 언제나 글은 하기 싫은 게 생길 때마다 써진다. 왜? 글 너 왜 그렇게 나한테 버릇없이 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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