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검색된 정보는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라는 제목을 가진 서유석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다른 부분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데 유독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의 구절이 선명하게 꽂힌다.
젊음과 늙음을 구분해 놓았고,
젊음이 부럽다고 늙음이 외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아직은 뭐든 할 수 있다고 건재함을 과시해 보려는 것 같고,
'젊은이들아, 나 너희들보다 경험이 더 많아 나만큼 안 살아 봤잖아!'라고 외치듯 들리기도 한다.
이 가사를 쓸 때 작사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보거나 겪어보면서 얻은 지식이나 지혜를 말한다.
수많은 노력과 긴 시간을 들여서 얻은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그만의 소중한 경험을 무조건 돈을 많이 준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자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막무가내로 떼쓴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타인의 소중한 경험을 인정해 주고 존중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의 경험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 경험은 아주 중요한 것일 수가 있고 오랜 세월 익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손끝의 기술일 수도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고, 소소한 경험을 SNS 등에 올려 다 함께 공유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경험의 종류도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다른 이에게 좋은 경험들이 나에게도 꼭 좋다는 보장은 없다. 서로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둘이 먹다 하나 없어져도 모를 엄마 요리 솜씨
우리 친정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아주 좋으시다.
동네 분들은 집안에 잔치가 있으면 어머니를 제일 먼저 모셔가고, 음식점 하시는 사장님들도 손 빠르고 음식 잘하신다고 연세 드신 친정어머니를 탐내시고 특별 손님 예약 시에 모셔간다.
뚝딱 휘리릭 대충 하시는 듯 보이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시골은 품앗이로 이 집 저 집 돌아가며 일을 한다.
우리 친정집에 일하러 오시는 분들은 “침 뚝뚝 흘리며 일하러 왔네. 침 안 보이는가?”,
“나는 많이 먹으려고 아침밥도 굶고 왔어. 빨리 밥때 왔으면 좋겠네야.",
“오늘은 무슨 찬이 나오려나? 기대가 많이 된당께.”라며 이구동성으로 새참부터 기대한다고 말씀하신다.
두 아들은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김치나 반찬들을 먹을 때 “할머니 요리에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게 들어갔어. 그렇지 않고선 이런 맛이 날 수가 없어. 할머니 부엌 뒤편 광을 샅샅이 뒤져봐야 해.”라며 감탄을 한다. 게다가 친정어머니의 요리는 다양하다.
어느 밥상에나 오를법한 음식부터 고급 식당에서 나 볼 수 있는 음식까지 두루 잘하신다.
손도 크셔서 음식을 해도 조금 하시지 않는다. 가난한 살림살이였는데도 “콩 한쪽도 나눠 먹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음식 만들기 전부터 누구누구네 나눠줘야 한다고 미리 몫까지 지으시며 넉넉히 하신다.
"우리 먹을 것도 모자란대 여기저기 다 나눠줘요."라고 말하면 “같이 먹어야 맛있제. 혼자 먹으면 뭔 맛이래.”라고 말씀하셨다.
친정어머니께서 병환으로 입원해 계실 때 병실에 다섯 분이 계셨는데, 어머니를 잘 아는 우리 남매들은 병문안 갈 때면 뭐든지 5인분 이상을 준비해야 했다. 당신이 드시기 전에 다른 분들께 먼저 나눠드리고 난 후에야 드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식 해서 나눠 드시기를 좋아하시는 친정어머니의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는 물론이고 운저리 회무침, 황석어조림, 양념게장과 대하 장조림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셨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면 손자들은 할머니의 양념게장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자식들은 남은 국물이라도 가져가려고 서로 눈치를 봤다,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가장 많이 닮은 바로 아래 여동생이 대뜸 “언니, 엄마 솜씨 배워둬야겠어요. 이제부터 엄마 요리하시는 거 직접 보고, 물어보고, 적어둡시다.”라고 했다.
그 후 친정어머니께서 양념게장 무치실 때 지켜봤지만 별다른 양념을 많이 넣는 것도 아니었다.
어쩜 그런 생각까지 하시며 음식을 만드시는지. 재료 손질에서부터 양념 버무리기까지 몇 가지 중요한 비법이 숨어있었다. 그것 때문에 먹어도 질리지 않고 입에 촥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또 오래 두고 먹어도 물러지지 않고 처음 무친 것처럼 맛있었다.
본격적으로 어머니의 비법을 배우겠노라고 말씀드리고 요리하시는 거 지켜보고, 따라 해 보는데
비슷하게 흉내는 내지만 오랜 세월 손끝에서 나오는 손맛까지는 내지 못했다.
많은 정성을 들이고 꾸준히 노력해야 그 맛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렇게 요리법 하나에도 묵힌 세월이 있듯 나이 드신 분들의 축적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평소에 하찮게 여겨졌던 것들도 비법이 숨어져 있다. ‘며느리도 모르고, 귀신도 모른다.’라는 속담처럼 가업으로 내려오는 비법들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세계 엄마들에게 극찬받는 우리네 포대기
여러 자녀를 키워내신 조상님들의 경험과 지혜는 가히 가늠할 수조차 없다.
아기를 등에 업고 두 손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있었던 ‘포대기’가 하나의 예이다.
서양에서 일고 있는 ‘애착 육아 운동’에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포대기가 세계 각국 엄마들의 뜨거운 예찬을 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 검색 사이트에 ‘Podaegi(포대기)를 치면 수많은 글이 올려져 있다.
포대기를 매는 법을 알려주는 UCC 동영상도 많고, 이 동영상들의 조회수도 수천 건에 달한다.
정작 우리는 촌스럽다고 한물간 육아용품 정도로 취급하고 저만치 밀어 버렸는데
포대기는 전 세계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부활을 한 것이다.
처음 포대기를 접한 세계 엄마들은 아주 간단한 모양에 놀라고, 편안한 착용감에 또 놀란다고 한다.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된 값비싼 유모차보다 언제 어디서든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포대기가
엄마와의 애착 육아, 육아의 실용성 면에서 매우 좋다고 믿는다.
세계 각국에 포대기가 열풍이 일어난 이유는 아이들이 잔병치레가 많아지고, 소아비만, 성인병, 문제행동, 자살, 범죄 등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서양의 육아 방식이 엄마와 아이의 신체 접촉에 너무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부모와 아이의 긍정적인 심리적,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기 위해 충분한 신체 접촉이 되도록 많이 안아주고 많이 업어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신체 접촉은 부모가 아기에게 즉각 반응할 수 있게 하고, 아기의 지각 발달을 촉진하며, 아기의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신체 접촉은 부모들이 아기가 보내는 신체언어와 각종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촌스럽다고 여기는 우리의 포대기가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대기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의 예찬론을 보면 아기띠나 힙시트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아기띠는 아기의 손과 다리가 나와 있는 것에 비해 포대기는 머리만 제외하고 모두 감싸준다.
자궁 안에서 엄마와의 전신 접촉과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자라던 태아가 엄마 등에 업혀 포대기로 단단히 감싸면 아기는 자궁 안의 비슷한 환경처럼 느끼는 것이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예민한 아기나 엄마가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아기, 항상 칭얼대는 아기에게 포대기로 업으면 어느새 안정을 찾고 내려놓으면 잘 놀았다고 말한다.
포대기의 효능은 대단하다.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었으니 아기 걱정이 줄고, 아기는 엄마 등에 업혀 있으니 분리불안이 줄어든다.
엄마와 아기가 포대기에 의해 꼭 붙어서 일하고 함께 쉬는 동안 신체 접촉이 계속 이루어진다.
포대기로 아기를 업고 빨래를 널거나 음식을 하거나 집 안 청소를 할 때 용이하다.
포대기는 아기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 큰 역할을 하는 일등 공신이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장점이 많은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다니는 엄마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의 전통 육아가 얼마나 좋은지를 모르고 서양 육아를 따라가는 엄마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에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들어있다.
요즘은 인 선생이 존재한다.
젊은 사람들은 어르신들을 따라 하고 어르신들에게 배우고 어르신들에게 묻지 않는다.
어른을 섬기는 시대가 지났다. 2~3대가 함께 살던 때와는 달리 부모와 자녀 단출한 식구만이 사는 세상이다.
이전 세대들보다 교육도 많이 받았고 예전과 달라진 양육 방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경험 많은 어르신들께 묻기보다 네이버나 구글 각종 SNS에서 찾는다.
육아에 대해 찾은 정보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도 구분을 못 하는 초보 부모들이 인선생(인터넷 선생)을 더 믿는다. 부모들은 고리타분한 구식이고 인선생은 시대를 선도하는 신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경험과 지혜보다 값진 것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교수의 저서 《포노 사피엔스》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이 낳은 인류다.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이 인류 문명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올라타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긴 하다.
포노 사피엔스를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다. 알고 싶은 지식을 핸드폰 열어 네이버에 물어보고, 네이버가 하라는 대로 한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아기 육아의 방법을 네이버에서 검색한 내용대로 자기의 아기들에게 바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기가 겪을 스트레스나 트라우마 같은 부작용들은 엄마들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빨기 욕구가 왕성한 아기에게 노리개젖꼭지는 커서 빨게 해줘야 한다는 네이버에서 검색된 글을 보고 아기를 힘들게 하는 엄마, 수면 교육을 시킬 때 컴컴하게 암막 커튼을 친 방에 아이를 혼자 두니 울다가 2시간 만에 잠들더라며 성공했다고 말하는 엄마, 4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줘야 한다며 아주 조금밖에 먹지 않은 아기에게 4시간을 기다렸다가 분유를 먹이고 안 큰다고 우는 엄마들의 공통점은 네이버에 물어보고 네이버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것이다.
내 아기가 처한 상황이 똑같지 않은데, 네이버에 검색해서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늘 아기 가까이에서 상황을 지켜본 사람이나 많은 사례들을 봐오면서 처방을 내려준 전문가에게 묻는 게 정답에 근접할 수 있다.
네이버가 전문가는 아니다. 엉터리 비법들도 많이 올려져 있다. 초보 엄마·아빠들은 정보의 진위를 구분하기 여간 어려울 것이다. 아기 육아에 대한 정보는 전문가를 찾거나 여러 권의 책을 보고 확인하기를 권한다.
잘못된 정보를 아기에게 적용할 경우 위험해질 수도 있고 치명적일 수도 있다. 아기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경우 평생 지우지 못할 수도 있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 엄마의 현명함이 더 요구된다.
정보가 홍수인 시대, 잘못된 육아 정보도 홍수다.
⋅ 안아주면 버릇 든다!?
⋅ 해열제는 몸에 안 좋아 먹이면 안 된다!?
⋅ 배냇머리를 잘라주면 숱이 많아진다!?
⋅ 코를 계속 잡아당기면 콧대가 높아진다!?
⋅ 약을 물에 놓여 먹이면 효과가 떨어진다!?
⋅ 빨리 걷게 하기 위해 보행기를 태워야 한다!?
⋅ 손가락 계속 빨면 손가락이 커지고 치아가 변형된다!?
네이버에 좋은 정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필요할 경우 여러 군데 검색해서 전문가다운 분들이 올려놓은 좋은 정보들을 골라 잘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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