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분유 소화 시간과 수유 간격 계산방법
애절히 부르는 도움 요청
“따르릉”
“관리사님, 여기 내일 하루만 부탁해요.”
“원장님, 저 오늘 일 끝났어요. 3일 후에 예약된 집 들어가야 하잖아요? 계속 쉬지 못했고 개인적인 일도 있어서 이틀은 쉬어야겠는데요.”
“알지요. 하루만. 산모가 울고 난리라서 그래요”
“내일은 오래전에 잡은 약속도 있어서 이 밤에 취소할 수도 없어요,”
“내일 꼭 관리사님이 들어가 주셔야 하는 집이에요. 부탁해요."
일을 마치고 퇴근한 후 저녁을 먹고 졸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확인해 보니 산후 관리 업체 원장님이었다. 이 시간에 전화한다는 것은 급하게 전할 말이 있거나 바로 일 들어가 주십사 부탁하는 전화일 게 뻔했다. 그간 몇 달 동안 쉬지 못했고, 이틀을 쉴 수 있어 약속까지 잡아뒀는데, 만약 내일 일을 들어가야 한다면 약속은 어떡하지?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멈췄다.
내일부터 쉰다는 생각에 여유로웠던 마음이 편치 않게 돌아갔다. 무슨 용건으로 전화하셨을까? 혹시 어려운 산모가 있어서 전화하신 걸까? 전화를 받아 볼 걸 그랬나.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많이 무거워질 때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관리사님, 그간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하신 거 내가 잘 알아요. 그래도 내일 하루만 부탁할게요. 아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관리사님이 꼭 들어가서 해결해 주셔야 하는 집이에요."라며 급한 산모가 있는 데 꼭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게 하루 가지고 되겠어요? 그리고 이 늦은 밤에 내일 약속을 어떻게 취소해요.”라고 내 사정도 말씀드렸지만 “모래부터 3주 채우실 관리사님 꼭 들어가게 할게요. 약속해요.”라며 부탁을 했다.
“일단 약속 미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원장님은 전화 놓자마자 산모와 아기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구구절절 문자로 보내왔다. 읽어보니 산모 사정이 딱해 보였다.
마음이 너무 쓰여 내 약속부터 미루고, 원장님께 전화해서 내일 하루 들어가겠노라고 말씀드렸다.
다음 날 아침에 서둘러 출근해서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L산모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는 것이 아닌가. “산모님, 왜 이러세요?” 놀라 물었더니
“우리 아기가 안 커요. 몸무게가 늘지를 않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하며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간절히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매일 올라오는 몸무게 기록표를 보는데 우리 아기만 안 커서 울고 다녔어요.
퇴실하고 집에 와서 저희 부부가 보는 주말에도 크지 않았고, 다른 관리사님이 봐주시는 3일 동안에도 안 컸어요. 내가 많이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라고 그간 사정을 세세히 설명하고 간절히 애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기 잘 크게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게요. 산모님 이제 울지 마시고 우리 같이 힘내봅시다.”라고 말하는데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부탁한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아기들은 매일매일 몸무게가 늘어가는데, 자기 아기는 그렇지 않으니 얼마나 애가 탔겠는가.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음이었다.
수유량과 소화 시간, 수유 간격에 대해서 잘 설명이 되고 믿음이 갔던지 관리를 시작한 지 두 시간 뒤부터 산모가 원장님께 전화해서 “저 죽어도 관리사님 못 놔 드려요”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다른 관리사님 오셔서 잘해주실 거고, 저는 모레부터 약속된 다른 아기를 관리해 줘야 합니다. 오늘 충분히 가르쳐드리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해도 산모는 나와 원장님께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하는 수 없이 하루 남은 내 휴식을 포기하고 하루 더 해주겠다고 말하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원장님이 “관리사님 아니면 안 되겠다는데 모레 약속한 산모님께 사정 얘기를 해볼게요.”라고 내게 먼저 제안하셨다. “그러잖아도 내일부터 다른 관리사님이 와도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여기 하루만 관리하기로 했는데 엄마와 아기가 너무 힘들어하니 제가 쉬는 것을 포기하고 관리하겠습니다. 원장님께서 이틀 뒤 예약되어 있는 산모님께 잘 말씀드려 주세요.”라고 말하며 마음 정리를 마쳤다.
원장님이 “관리사님이 그렇게만 해주시면 그 산모님이 정말 고마워하겠네요.” 하시며 안심하셨다.
하루만 관리하기로 한 것이 산모가 애원하는 바람에 3주를 관리하게 됐다.
인연이 참 묘하다. 3일 후에 들어가기로 약속했던 아기는 관리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아기를 돌봐주게 되다니 말이다.
아기를 가슴에 꼭 안고 새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너와 내가 무슨 인연으로 만나 이렇게 가슴을 맞대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인연은 아닌 게 분명하다. ‘힌두교의 윤회’를 빌리자면 사람을 만나는 인연은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2천겁의 인연이 돼야 하루 동안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5천겁의 인연이 되어야 이웃이 되고, 부부는 억겁의 인연으로 만난다고 한다.
나와 이 아기와의 인연은 몇 겁의 인연일까? 인연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기쁨이며 고마운 일이다.
네이버만 믿고 꽉 막힌 융통성
몸무게가 늘지 않는 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떻게 먹이고 있었는지 점검해야 했다.
“산모님, 수유 시간과 수유량을 볼 수 있게 수유 일지 보여주세요.”
“수유 일지는 따로 기록하지 않았어요.”
“아 네. 그럼, 모유를 먹이나요? 분유를 먹이나요?”
“젖은 먹이지 못하고 분유를 먹이고 있습니다.”
“몇 시간 간격으로 먹나요?”
“4시간 간격이요.”
“한번 수유할 때 얼마를 먹지요?”
“20ml 먹을 때도 있고, 30ml, 40ml 먹을 때도 있어요.”
“아니 이렇게 조금 먹는데 4시간 간격으로 수유했다고요?”
“네.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그렇게 수유해야 한다고 해서요.”
“분유 100ml가 소화되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가 됩니다. 50ml를 먹였다면 1시간 30분 만에 소화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보다 덜 먹이고 4시간 간격으로 수유했으니 아기는 그간 엄청나게 굶었겠네요. 이 아기는 지금 하루에 700~900ml를 먹어야 하는데 300ml가 안 되게 수유하셨네요. 정상적인 아기가 하루 500ml 이하로 적게 먹거나 1000ml 이상으로 많이 먹는다면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받아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몰랐어요. 네이버에는 4시간마다 먹이라고 나와 있던데요.”
“단순한 검색 내용을 보고 무조건 적용하시면 안 됩니다. 분유통에 적혀있는 설명서는 읽어보셨나요?”
“아니요. 조리원에서 먹이던 거라서,,,”
“설명서도 꼭 읽어 보셔야 하고, 내 아이가 며칠째 인지,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는지 등 상황을 잘 파악하셔서 그것에 맞게 수유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해요. 우리 아기.”
“지금부터 하나하나씩 체크해 가며 더 노력해야지요. 병원이나 조리원에서는 다른 이상은 없다고 하나요?
“네. 근데 애가 먹다가 자버려서 많이 먹이 지를 못해요.”
“그래요? 그럴 때는 엄마가 선택하셔야 합니다. 확실하게 깨워서 수유할 것인지 그냥 자게 둘 것인지. 이 아기는 건강상 이상은 없고, 너무 안 먹여서 못 컸기 때문에 먹다 잠들면 확실히 깨워서 수유해야겠습니다.”
“네. 제발 부탁드립니다.”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이 못 먹고 마르면 엄마의 살이라도 떼어 먹이고 싶은 심정이 들것이다. 걱정이 태산인 산모는 대화를 나누는 중간중간에도 계속 울면서 얘기를 했다.
자신의 아기가 다른 아기들처럼 안 큰다고 발 동동거리며 울기만 했을 뿐 분유 먹이기 전에 분유통에 적혀있는 설명서 한번 읽지 않았다.
분유를 먹이는 대부분의 산모에게 '분유통 설명서'를 읽어봤냐고 물어보면 이상하게
“아니요. 그것도 읽어야 해요?”라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답변을 한다.
업체마다 분유의 특성이 다르고 타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분유 보관법과 하루에 몇 번을 얼마씩 먹여야 하는지도 기록되어 있다.
분유에 대해 잘 안다는 생각이 들어도 처음 분유 뚜껑을 열기 전에 설명서부터 읽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 산모도 먹다 잠이 들어 조금밖에 안 먹는 아기에게 인터넷 검색해서 4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이면 된다는 내용만 보고 수유했었다.
아기는 먹다 잠들어 버리고, 못 먹어 기력이 없고, 기운 없어 더 자고, 또 못 먹고 악순환이 계속됐던 것이다.
그러니 몸무게가 늘어날 리 만무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는 융통성이 있고, 사고가 유연해야 한다. 난 이런 사람이 좋다.
【 신생아 평균 체중 증가 】
⦁ 1일 700~900ml를 먹으면, 체중은 하루 30~50g씩 증가한다.
⦁ 1주일에 200~300g씩 증가하면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다는 증거다.
⦁ 주에 100g 이하나 400g 이상 증가하면 한 번쯤 의사와 상담해 봐야 한다.
⦁ 대부분 생후 1달이 되면 출생 시 체중보다 1~1.2kg 증가한다.
⦁ 생후 3달이면 출생 시 몸무게의 2배, 1년이면 3배 정도로 늘어난다.
⦁ 남아와 여아의 체중 증가 변화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다.
내가 관리한 다음 날부터 아기의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아기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기의 몸무게를 재며 일희일비했다. 엄마의 조급증은 육아에 얽매이게 되고, 육아 자신감을 떨어뜨리며, 아기에게 스트레스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엄마의 기다림과 침착함이 아기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네이버 검색만을 믿고 수유량은 고려하지 않은 채 4시간 간격으로 먹이며 안 큰다고 울던 엄마에게
"산모님,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급함은 아기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알았으니 천천히 하나씩 해결해 가자고요."라고 말해주었다.
신생아의 몸무게는 하루에 30~50g씩 늘지만 일정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자주 확인해야 하는 아기일 경우는 이틀 평균치로 계산하면 되고, 잘 먹고 잘 자는 아기라면 하나의 요일을 정한 뒤 일주일에 한 번만 200~300g씩 몸무게가 느는지 확인하면 된다. 아기의 체중이 100g 이하로 적에 늘었거나 400g 이상으로 많이 늘었다면 잘 먹이고 있는지 체크해 보고 의사와 상담받아 보는 것이 방법이다.
엄마에게는 융통성이 필요!
요리를 맛 내기할 때 소금만 넣어도 맛있는 반찬이 있는가 하면 간장, 액젓, 소금을 조금씩 나눠 넣어 간을 맞추면 서로를 보완해서 더 풍부하고 깊은 맛이 날 때가 있다.
분유 100ml 소화시간이 3시간이라고 매번 3시간 간격으로 먹지 않는다. 입맛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며, 대소변을 자주 봤거나 몇 시간을 푹 잤거나 계속 놀았을 때 수유 간격의 시간은 달라진다.
아기를 돌보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 그때 엄마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4시간 간격에 사로잡히듯 한 가지에 생각이 머물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엄마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있지만 혼자 해결이 안 될 때는 열린 마음으로 남편과도 의논하고,
산후조리원에도 물어보고, 병원에도 문의해 보고, 전문 서적도 읽어보고, 전문가에게도 여쭤봐야 한다.
궁금한 것을 주변에 물어보면 아는 만큼은 말해주겠지만 중요한 것은 꼭 ‘전문가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지인들도 대부분 비전문가이고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도 모두가 전문가가 올리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고르는 눈을 키우고, 여러 군데 확인하고 공통된 답을 찾아 정확도를 더 높여야 한다. 그래야 실수가 적다. 이제 아기를 지키고 키워내야 하는 엄마다. 엄마는 못 할 게 없어야 한다.
L산모처럼 울고만 있을 게 아니라 답을 찾아 문을 두드려야 한다. 엄마는 자녀 교육에 대한 기본 원칙은 있어야 하지만, 고지식하게 한 가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주변이나 전문가의 의견들을 듣고 그때그때 상황과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한다.
♠ TIP: 아기 모유/분유 소화 시간 계산 방법
⦁ 유축모유 : 100ml = 2시간(120분) 만에 소화
10ml = 12분 (수유량 ☓ 1.2 = 소화 시간)
⦁ 조제분유 : 100ml = 3시간(180분) 만에 소화
10ml = 18분 (수유량 ☓ 1.8 = 소화 시간)
10ml 단위로 계산이 가능하므로 수유 텀 잡아주기에 활용하라.
⦁ 신생아 하루 분유 수유 적정 섭취량
신생아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아기 몸무게 1kg당 180ml 정도
ex) 2kg = 360ml, 3kg = 540ml, 4kg = 720ml
이후부터 하루 총수유량은 700~900ml가 적당하다.
100ml씩 × 하루 8회 수유 = 800ml
200ml씩 × 하루 4회 수유 = 800ml
위와 같이 1회 수유량이 늘면, 하루 수유 횟수는 줄어들어, 하루 총수유량은 같다.
여기서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잠을 오래 잤거나 많이 놀았거나 대소변을 봤다면 수유량은 달라지고,
그날의 입맛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것을 엄마는 인지해야 한다.
https://brunch.co.kr/@yangmama/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