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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Sep 27. 2024

빠는 버릇 들이고 싶지않다면 3개월까지 실컷 빨게하라

말 트임 막는 공갈젖꼭지 사용법


아기 마음을 고려하지 않는 엄마의 고집

아기의 젖 빠는 반사 행위는 출생 20~30분 후에 최고조에 다다른다. 이때 가능한 한 빨리 엄마 젖을 물려서 본능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엄마의 젖양은 아기가 빨아야 늘고, 산후 1주일 이내에 젖양이 결정되기 때문에 

갓 태어난 아기가 젖 달라고 할 때마다 무조건 엄마 젖을 빨려야 한다. 

건강하게 자랄 아기를 위해서 생후 1주일 사이에 나오는 면역력에 좋은 초유를 먹여야 하는 것도 있지만, 

젖분비촉진호르몬(프로락틴)은 분만 후 8일 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이때 젖양을 최대한 늘려놔야 한다. 또 젖분비촉진호르몬은 성장호르몬처럼 밤에 많이 나오므로 6개월 완모를 목표로 뒀다면 야간 수유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이후에 젖양 늘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아기에게 배부른 수유를 할 수가 있다. 



산후관리사 일을 시작하고 두 번째 만난 D산모의 아기는 태어난 지 17일째 되는 분유를 아주 잘 먹는 여자아기였다. 100ml를 기준으로 할 때 소화되는 시간은 유축모유는 대략 2시간, 분유는 3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아기는 소화되는 시간이 다가오면 30분 전부터 칭얼거리며 젖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아기는 빨려는 욕구가 아주 컸다.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자꾸 강하게 칭얼거렸다. 


분유 먹고 소화되는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입을 오물거리며 울고 보채면 빨려는 욕구가 발동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아기엄마에게 “모유와는 달리 분유는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라는 대로 주면 배가 더부룩해져 아기가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공갈(노리개)젖꼭지를 이용해서 수유시간을 조절해 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산모는 “근처에 사시는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아기가 울면 무조건 주라고 하시네요.”라며 공갈젖꼭지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 


아기를 안고 달래도 울고 보채는 시간이 길어질 때 하는 수없이 분유로 달래다 보니 차츰 1회 먹는 양은 줄어들고 보채는 횟수는 자꾸 늘어갔다. 아기가 운다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무조건 먹일 수만은 없어 수유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주기 위해 근무시간 내내 안고 달래야만 했다. 저뿐만 아니라 산모도 먹였는데도 울기만 하는 아기를 밤새 달래느라 다음날 출근해서 보면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남편 아침상을 차려주지 못했다며 속상해하고, 본인 식사도 못 한 채 종일 잠에 취해있었다. 


갈수록 아기의 빨기 욕구는 심해져 갔다. 100ml를 먹고도 겨우 2시간 버티던 빨기 욕구가 1시간 반으로, 1시간으로 자꾸 당겨져 갔다. 

덩달아 하루 먹는 양은 많아지고 1회 먹는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아기의 빨기 욕구만큼이나 엄마의 고집도 셌다. 보다 못해 재차 “ㅇㅇ이는 빠는 욕구가 아주 강합니다. 공갈젖꼭지를 사서 물려줍시다.”라고 말하니 산모는 “네이버에서 생후 3개월 지난 후에 물리라네요.” 하며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엄마는 빨기 욕구가 있다는 자체도 모를뿐더러 더부룩해지는 배 때문에 아기가 힘들어질 거라는 내 조언도 새겨듣지 않고 양가 부모님과 네이버의 인선생 말을 듣는 꽉 막힌 사람이었다.


아기 엄마는 심해져 가는 아기를 보며 어찌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기가 원하는 것을 읽지 못했기에 급기야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밤낮으로 울면 먹이고 또 울면 먹였으니 배가 더부룩해져 기저귀마다 변을 지리더니 기저귀발진까지 발생했다. 기저귀 발진은 기저귀를 열어 놓아야 하고, 빨기 욕구에 보채는 애를 안고 달래야 해서 삼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소화가 덜 된 상태인데 울면 입으로 자꾸 넣어주니 아래로 자꾸 나올 수밖에,,, 말 못 하는 아기는 얼마나 힘들까. 보다 못해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께 물어보라고 제안했더니 “애들은 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안 갈래요.”라며 요지부동이었다. 


안 가겠다는 산모를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산모 허락 없이 아기만 데려갈 수도 없었다. 아기는 빨기 욕구가 있다고, 분유 소화가 덜된 상태에서 아기가 달라는 대로 자꾸 주면 속이 더부룩해서 배앓이한다고, 배앓이하면 자꾸 울고, 기저귀 발진도 생긴다고 말해줘도 안 듣는 산모를 보며 ‘에이, 모레면 끝나는데, 자기가 계속 고생하겠다는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엄마의 무지 때문에 고생하는 아기가 안타까웠다. 


병원에 가보자고 제안했던 다음 날, 출근을 해서 아기를 살피고 있는데 산모가 어딘가에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네. 예약된다고요. 감사합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멋쩍은 표정하고 나에게 다가와 “어젯밤 관리사님께서 병원에 다녀오자는 말씀 남편한테 전했다가 안 간다고 혼났어요. 왜 전문가 불러놓고 말 안 듣느냐며 당장 다녀오라네요.”라며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역시나 의사선생님이 산모에게 경고메시지를 내려주셨다. 의사선생님은 “아기가 달라는 대로 마구 먹이면 안 됩니다. 기저귀 발진이 생기잖아요. 1주일에 400g 이상 커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배앓이하지 않게 수유량을 잘 조절해 주세요.”라고 말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모는 유아용품점에 들러 공갈젖꼭지 두 개를 샀다. 

아기가 분유를 먹고 소화되기 전에 빨기 욕구가 일어나면 공갈젖꼭지를 물려주었다. 

보채며 울던 아기는 공갈젖꼭지를 빨면 곧 진정했다. 안정되고 빨기 욕구가 해결됐다 싶으면 공갈젖꼭지를 살짝 빼주었다. 빠는 본능이 심하지 않은 아기는 빠는 본능이 해결되면 스스로 툭 뱉는다. 


갓난아기는 공갈젖꼭지를 하루 종일 빨고 싶어도 미숙한 근육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아기는 스스로 알아서 빨 만큼만 빨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 표현이 미숙한 신생아들의 울음을 보고 배고파서인지 빨기 욕구 때문인지 전문가들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수유를 언제 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한 후 이전에 먹은 분유가 소화할 시간이 아직 남았다면 공갈젖꼭지로 달래줘라.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아기는 진짜 배가 고프면 공갈젖꼭지로는 절대 달래 지지 않는다. 

아기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사혈을 다해 젖 달라는 요구를 한다는 것을 믿어라. 

모든 아기의 빨기 욕구가 똑같지 않다. 유독 더 심한 아기가 있다. 아기가 젖을 먹고 소화될 시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자꾸 보채면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는 엄마가 융통성 있고 현명한 엄마다.




신생아도 스스로 잘한다

인생은 항상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가 보다. 

둘째아들 14개월부터 식당 운영을 하게 되어 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아기는 심리적인 충격이 컸던지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열심히 집중해서 빨아대는 만큼 내 마음도 아팠다. 항상 엄지손가락이 침에 젖어 퉁퉁 불어 있었다. 

남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우리 부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섯 살 유치원 다닐 때도 손가락을 빨았다. 

여덟 살 학교 가기 전에 손가락 빠는 버릇은 완전히 없어졌다. 오랫동안 빨았던 손가락은 빨지 않는 손가락보다 커져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느 쪽 손가락을 빨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아졌다. 치아발육에도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동안 다른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불안했을 거다. 그 불안감을 손가락을 빨며 해소했으리라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엄마·아빠의 부재를 손가락을 빨며 위안 삼고 안정을 찾았을 게 분명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엄마 뱃속에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져 나왔다.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온 아기는 온통 낯선 환경에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겠는가. 이런 아기에게 배불리 먹이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전문가는 코끼리 뇌의 크기로 인간의 뇌를 비교했을 때 인간은 엄마 뱃속에서 24개월을 자란 후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최소 12개월은 뱃속에서 키워 내놓아야 하는데 그보다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생후 2~3개월 동안 아기 엄마는 뱃속 환경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빨기 욕구도 그중 하나다. 아기가 원한다면 욕구불만이 남지 않도록 생후 3개월까지 공갈젖꼭지를 실컷 빨 수 있게 해 줘라.



전문가는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공갈젖꼭지를 빠는 것은 아기에게 의학적∙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별로 없다. 6살 이전에 사용을 그만둔다면 뻐드렁니 같은 치아 발달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하게 사용하면 육아에 도움이 된다.’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공갈젖꼭지의 장점 】

1. 빠는 본능(0~3개월)을 해소해 준다.

2. 식욕이 과할 때 조절해 줄 수 있다.

3. 정서적 안정감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4. 불안이 해소되므로 배앓이 영아산통을 경감시켜 준다.

5. 수유 간격을 조절하며 배꼬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6. 영아 돌연사를 줄일 수 있다는 의학적 데이터가 나오면서 긍정적 견해가 많아졌다.


지금까지 많은 아기를 만나본 결과 신생아는 공갈젖꼭지를 입에 물리면 처음부터 덥석 잘 무는 아기는 별로 없다. 고무의 모양과 냄새가 생소해서 뱉어낸다. 처음 시도하는 아기에게 “ㅇㅇ아, 공갈젖꼭지 물어보자.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아기를 안고, 공갈젖꼭지를 입에 물리고, 빠지지 않게 엄마의 가슴에 아기의 얼굴을 맞대고, 아기의 긴장을 풀 수 있게 토닥여준다. 그래도 제대로 물지 못할 때는 엄마가 아기를 안고 서서 움직이며 엉덩이를 토닥여주면 아기는 훨씬 수월하게 도전한다.


아기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배고프면 공갈젖꼭지를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빨기 욕구가 충족되거나 깊은 잠이 들면 스스로 뱉는다. 이런 모습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가.

내 개인적인 견해로 공갈젖꼭지는 아기 스스로 진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잘 만든 도구라는 생각이다. 

공갈젖꼭지 사용에 관한 결정은 주 양육자인 부모가 해야 한다. 아이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고, 개성도 다르고, 욕구도 다르다. 아기를 잘 파악해서 행복한 육아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귀를 열고 공부하는 부모가 되기를 바란다. 


생후 3개월 이후부터는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도 손에 근육이 생겨 손가락은 물론 뭐든지 잡고 빨게 된다. 

여러 가지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므로 공갈젖꼭지는 덜 빨게 된다. 

그러나 빨려는 욕구가 강한 아이는 6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빨고자 한다. 

이때는 이유식을 시작할 때이므로 알맞게 삶은 당근이나 사과 등을 잡고 먹게 해 줘라. 

이렇게 하면 공갈젖꼭지를 점차 찾지 않게 될 것이다. 

공갈젖꼭지를 떼도록 엄마·아빠가 지혜를 발휘하고 많이 놀아주어야 한다. 

강조하지만 아기가 배고플 때는 절대 물리지 말고 수유를 해줘야 한다. 


신생아에게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라고 하면 무슨 죄짓는 것처럼 망설이다가 빨기 욕구가 끝나는 3~6개월 이후에는 편하다는 이유로 옹알이와 말을 하려는 입을 틀어막아 놓는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공갈젖꼭지를 떼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적절한 시기가 있다. 때를 놓치지 않기를.


프랑스 교육 중 하나는 자녀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둔다. 젖병을 학교에 가지고 가서 아기처럼 먹어도 부모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 같은 행위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이라 여기고 아이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기 생각과 체면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다 큰 애가 아직도 젖병 들고 다니며 우유를 먹네요”라고 말하는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 큰 애가 쪽쪽이를 빨던. 젖병을 빨던.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부모 체면 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https://brunch.co.kr/@yangmama/24

사진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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