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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Sep 27. 2024

아기는 울음으로 말한다

우는 아기 빨리 안아줘야 하는 이유


아기의 마음을 들어보세요.

태어난 아기의 울음은 곧 생명이다. 아기의 울음은 감정의 언어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울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운다.

아기는 작은 울음으로 엄마·아빠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을 때 더 큰 울음으로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면 엄마·아빠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기에게로 달려가게 된다.

아기가 울음소리로 엄마·아빠를 부를 수 없다면 생각지도 못할 위험에 처할지도 모를 일이다.


등센서는 엄마가 만든다.’라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괜히 우는 아기는 없다.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파서 운다. 불편하고 아프면 아기는 무섭고 두려울 것이다.

엄마 품에 안겨 심장소리를 듣고, 젖 냄새를 맡다 보면 아기는 점점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된다.

엄마에게 더 안기고 싶은 아기의 마음은 모른 채 눕혀놓고서는 울면 ‘등센서’라는 말로 아기가 예민하다고 치부해 버린다.

울음 그치고 잠이 든듯하다고 해서 무섭고 두려운 아기의 마음마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기는 조금 더 안아주기를 원한다. '아기가 됐다고 할 때까지’ 안아주면 점차 안정을 찾는다.


아기가 유독 뉘면 깨고 뉘면 깨는 그런 날이 있다. 

이렇게 뉘면 일어나기를 3번 이상 반복하거든 아예 한두 시간을 무릎에 안고 재워라.

품에 안고 1~2시간을 재워주면 신기하게도 그 후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 등센서가 없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제대로 안아주지 않으면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계속 엄마를 붙잡는 진짜 등센서가 생긴다.

안아줘야 잠이 드는 버릇이 생긴 게 아니라, 아기는 엄마 품에서 심신 안정을 찾는 중이다.


발달심리학자이자 애착이론가 에인스워스는 '생후 처음 몇 달간 어머니가 다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면, 아기는 1년이 지날 즈음 아주 적은 신체적 접촉에도 만족해한다······. 안기는 걸 좋아하지만 어머니가 내려놓아도 독립적으로 즐겁게 탐색 놀이를 시작한다.’고 결론지었다. 




아기의 놀라운 습득력

아주 특별한 아기를 만났다. 생후 18일째 되는 남자 아기였다. 23개월 되는 누나는 통문장으로 말하는 언어 천재였다. 이 S산모 집은 거실에 TV를 없애고 장난감과 책들로 그 자리에 채워져 있었다.

평소 첫째에게 하는 모습을 보니 임신한 몸으로 육아에 꽤 집중했으리라 짐작이 갔다.

그 덕에 둘째 태중 아기는 엄마 뱃속에 있는 열 달 동안 엄마와 누나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동화책을 읽는 소리도 들었을 터이니 언어적 태교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됐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기가 울면 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 “ㅇㅇ아, 불렀어? 기저귀 젖었니? “라고 물어보며 젖은 기저귀를 갈아줬다. 다른 아기들처럼 이 아기도 처음에는 기저귀를 갈아주는 내내 울었다.

우는 아기 때문에 손이 급해지고 ”ㅇㅇ아 기저귀 금방 갈아줄게. 갈면 뽀송뽀송 기분이 좋아질 거야. “라며 말도 빨라진다.


이렇게 아기가 부르면 곧장 달려가서 말을 건네길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부터 아기의 반응이 전과 달랐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내내 울던 아기가 그날부터는 ”ㅇㅇ아 불렀어? “ 하는 말을 알아듣는 듯 울음을 그치고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얼른 기저귀를 갈아주며 ”기저귀 가니까 뽀송뽀송하지. 기분도 좋지? “라고 말했더니

축축한 기저귀가 해결돼서인지 다시 팔다리를 마구 흔들며 계속 놀았다. 그 후부터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기가 울면 바로 “가요.”, "가고 있어요." 말하며 달려가면 말소리와 발걸음 소리에 사람이 오는지 알아채고 울음을 그치고 밝은 표정이 됐다. 저의 이같은 반복적인 행동에 아기는 서서히 믿음이 생기면서 ‘부르면(울면) 와 주는구나! 와서 내 불편을 해결해 주겠구나!’라는 학습의 효과가 생긴 것이다.


이 아기의 더 놀라운 점은 그렇게 2주가 지났을 때쯤 울음으로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어이, 어이.”로 불렀다. 처음 듣고 이상해서 아기에게 다가가 "불렀어?" 하고 말을 건네니 소리를 멈추고 뭔가 해결해 주길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다.

아기가 “어이.”하고 부르면 상황에 따라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수유를 하거나 재워주면 됐었다.

울음으로 부르면 사람이 자기에게 온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생후 한 달 조금 지난 아기가 ‘어이.’로 사람을 부르다니 정말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할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산후관리사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산모들에게 나의 육아에 대한 평소 믿음과 신념대로 ‘아기가 울면 바로 달려가 주고, 아기가 원할 때까지 안아주라’고 말하는 나에게 이 아기가 더 견고하게 확신을 심어줬다.

그 후로 다른 아기를 만나 아기가 울 때면 “가요.” 말하며 곧장 달려가 “ㅇㅇ아, 불렀어?”라고 말하면

1~2주 후에 ‘왔구나!’하고 울음을 그치는 아기들을 자주 봤다.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었던 아기나 산후조리원에 오래 있으면서 엄마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던 아기는 관리하는 동안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이 같은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내내 큰소리로 울어버렸다.

엄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와 울음으로 사람을 불렀을 때 곧장 달려와 주지 않은 경험을 먼저 해버렸기 때문이리라. 사람과의 믿음과 신뢰가 쌓이기도 전에 ‘울어도(불러도) 와주지 않는구나!“ 하는 배타적인 마음이 들어버렸다. 이런 아기에게는 부모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닫혀버린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다.
몇 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아빠는 항상 내 곁에 있구나.’하는 믿음이 쌓일 때까지 사랑하자.




울음을 빨리 대처할수록 육아는 쉬워진다.

첫째를 낳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병실로 돌아오니 아기는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아기 옆에 누우려고 하는데 남편이 “아기 조심해.”라고 말했다. 내 걱정보다 아기 걱정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 말이 엄청 섭섭했던지 살면서 간간이 그때 기억이 난다.

이렇게 제가 아기 낳던 시절엔 엄마와 아기가 병실에 함께 있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산모들에게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손길이 바로 닿을 수 있는 모자병실을 권한다. 

그리고 퇴원해서도 엄마가 아기들의 울음에 즉각 반응해 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서 일러준다.

두 아들 키우면서 가장 화났을 때가 “ㅇㅇ아.”라고 불렀는데 “네, 엄마.”하고 대답하며 곧장 달려오지 않는 것이었다. 엄마가 불렀는데도 대답을 늦게 하거나 오지 않으면 ‘이게 말을 안 듣네. 엄마를 뭐로 보고 이러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다.

배가 고파서, 졸려서, 속이 더부룩하고 아파서, 기저귀가 축축해서,,, 분명히 용건이 있어서 해결 좀 해달라고

엄마·아빠를 울음으로 불렀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울어도 대답이 없다면 아기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아기가 울 때 재빠르게 달려가서 “ㅇㅇ아, 엄마 불렀어? 왜? 뭐 해줄까?”라고 반복해서 물어봐 준다면 아기는

'어, 내가 울면 오는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필요할 때 부르면 언제든지 엄마·아빠가 와 줄 거라는 사실은 아기에게 믿음과 신뢰를 갖게 하며 엄마·아빠의 사랑도 느끼게 될 것이다. 믿음은 강력한 것이어서 자고 일어나 엄마·아빠가 곁에 없어도 울지 않는 아이가 된다.



나는 잠을 잘 때 죽은 듯이 잤다. 여고 때 자취하던 주인아주머니가 심심해서 나와 얘기나 할 요량으로 내 방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똑바로 누워 낮잠을 자고 있더란다. 깼나 싶어 간간이 들여다보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 처음 본 그 자세로 잤단다. 갑자기 걱정되고 죽었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확인해 보려는 순간 일어나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노라고 말씀해 주셨다. 또 버스를 타거나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3~4시간 내내 계속 잠을 잤다. 그래서 남편이 붙여준 별명이 ‘잠보’였다.


그랬던 내가 엄마가 된 후에는 잠자는 도중에 아기가 작게 징얼거리는 소리나 이불을 발로 차는 소리까지 듣고 행여 감기 들세라 이불을 덮어주곤 했다. 잠보였던 내가 아기를 낳고부터는 깊은 잠이 오지 않았다. 모성애는 자신을 초월하는 또 다른 힘이 있는가 보다.

엄마는 자식 앞에 초능력자라고 하지 않던가. 아기가 울면 모성애의 DNA가 발동한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면 엄마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기를 살핀다. 아니 어쩌면 엄마의 뇌는 아기에게 항상 열려있는지도 모르겠다.


초보 엄마·아빠는 말 못 하는 아기가 울면 불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걱정이 태산이다.

‘왜 우는 걸까?’ 이리저리 달래 봐도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우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울음을 구분하기도 너무 어렵다.

'왜 우는지 검색해 볼까? 병원에 가서 물어볼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지만 명답을 얻지는 못한다.

매일 아기를 보는 관리사들이나 전문가들도 아직 감정 표현이 미숙한 신생아의 울음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기 마찬가지다. 그때그때 상황들을 살펴보고 대처해야 한다.



【아기를 안아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점 10가지 】

  출처: 사임당 산후도우미 교육자료 중 발취


어느 전문가는 신생아 때의 감정은 불쾌함과 좋음,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아기는 울음으로 표현한다. ‘배가 고프다, 배가 너무 부르다, 축축하다, 안아 달라, 재워 달라, 너무 춥다, 너무 덥다, 배가 아프다, 지나친 자극이 싫다, 자리가 불편하다’ 등 이런 많은 상황이 아기를 불쾌하게 만들고, '잘 잤다. 안아줘서 좋다. 배가 부르다' 등이 아기를 좋게 만든다. 불쾌함은 찡그림과 울음으로 표현하고, 좋음은 편안함과 웃음으로 표현한다.


채 100일이 지나지 않은 아기를 ‘안아주면 버릇 든다.’고 하는 걱정은 너무 이르다.

태어난 세상과 엄마·아빠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때의 아기들에게 버릇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사랑의 언어로 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를 키우는 내내 믿음과 신뢰가 쌓인 아기가 그렇지 않은 아기를 키우는 것보다 몇 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시기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야말로 엄마·아빠와 아기를 행복하게 만든다.


보통 아기들은 하루 3시간 정도를 운다고 한다.
그러나 우는 시간과 달래는 시간까지 안아줘야 하는 엄마·아빠가 느끼는 정도는 훨씬 더 많이 울었다고 느낄 것이다.
생후 2주가 된 아기들의 25%가 2시간 이상씩 울고, 생후 6주 정도에는 25%의 아기들이 3시간 이상 운다고 한다. “점점 더 크게 더 많이 울어요.”라며 걱정하는 초보 엄마에게 “그건 아기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느끼는 불편함에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늘어서 그래요.”라고 말해준다. 걱정은 접어두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사랑해 줘라. 아기의 울음은 생명이며, 감정의 언어다. 아기가 됐다고 할 때까지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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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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