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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Sep 28. 2024

SNS 활동이 육아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SNS가 육아질을 떨어뜨리는 이유


들여다볼수록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위 짧은 글귀에 사랑하는 사람의 발견에 관해 교훈을 주는 나태주의 시 ‘풀꽃’이다.

아기를 안고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모든 잡념은 일순간에 사라진다. 

호수 같은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순간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면 잠깐 숨이 멎는다. 

토실토실 불그레하게 올라오는 볼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살짝 얼굴로 간다. 

또 앵두빛 입술로 뭔가 말하려는 듯 오물거리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예쁘다.’ 더니 젖이나 분유를 먹고 퉁퉁 불은 입술을 보면 내 자식이 아닌데도 왜 난 그리 예쁠까? 

태어났을 때 거의 보이지 않던 속눈썹이 어느 날 갑자기 쏭곳 올라오면 정말 신비롭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한 가지는 아기가 찡찡거리고 울어대도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꼬맹이가 저걸 어디서 배워왔을꼬?’ 뭔가 불편하다고, 요구사항이 있다고, 몸의 언어를 써서 어른들에게 전달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관리하는 내내 이 귀여움을 아기 엄마도 알아차릴 수 있게 자주 표현해 준다. 

“이러는 거 너무 예쁘죠?, 귀엽죠?, 신기해요” 하면 아기 엄마는 웃는다. 


아기를 보는 순간순간이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듯 설레고 행복하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기는 아주 금방 커버 린다. 신생아는 급성장한다. 대부분 하루에 30~50g씩, 일주일이면 200~350g씩 자란다. 

아기는 오늘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부모들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찬찬히 자세히 들여다봐야 예쁨이 보인다.


이런 어여쁜 아기를 안고 수유 중인 O산모는 핸드폰을 들고 연신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는다. 

키득키득 아기를 보고 웃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을 보며 웃는다. 

“거기 뭐 재밌는 거 있어요?” 하고 물어보면 “아니요. 친구와 문자 해요.”라며 계속 키득거린다. 

눈치를 주느라 물어본 건데도 문자 주고받느라 알아차리지 못하고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걱정돼서 “아기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며 수유하세요.”라고 말을 건네니 “네.” 하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산모는 문자에 정신이 팔려 아기가 젖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얼마나 먹었는지는 관심이 없다. 

아기가 젖을 먹다가 사레들어 괴로워하며 쾍쾍 소리와 함께 울음을 터트리고서야 문자 주고받기를 멈춘다. 

“왜 쾍쾍거리지. 왜 울어?”라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잘 먹었어야지.” 하는 말을 내뱉는다. 

주의를 줬건만 그 탓을 아기에게 돌리고 싶은 모양이다. 


엄마는 수유 중에 아기에게 집중해야 한다. 

엄마가 아기에게 수유할 때는 잘 먹고 있는지 관찰하고, 젖을 먹다 잠들어버리지 않도록 만져주고, 말도 걸어주며,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배부른 수유를 하고 깊은 통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아기에게 집중하면 육아는 더 재밌다

애들 키울 때 나는 눈이 여러 개 달린 것 같았다. 

‘두 아들 키우는 집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항상 정리되어 있고, 아이들은 차분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무엇을 해도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아서다. 

집안일을 하거나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내 촉은 아이들에게 닿아있었다. 

만져도 되는 물건들은 마음껏 만지게 두었고, 위험한 것들을 만지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면 즉각 

“그거 만지면 안 돼요. 깨지면 다치고 아야 해.”라고 주의를 줬다. 

아이가 화분을 처음 만지려 시도했을 때 주의를 주면 더 이상 만지려 하지 않지만, 

화분을 쏟고 신나게 재미를 보고 난 후에 주의를 주면 다음에도 똑같은 행동을 계속한다. 

다시 만져서 혼나면 엄마가 안 된다고 했던 말은 기억하지 못하고 ‘어 이거 그때 재밌었는데 왜 못하게 하지? “하고 혼돈을 겪게 된다. 행동에 대해 처음부터 주의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 그렇지 않으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그 버릇이 고쳐진다.

초보 엄마는 낳는 순간부터 아기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기에게 집중하면 빨리 움직임을 읽어 대처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바로 해줄 수 있으며, 자세히 봐서 더 귀엽고 더 사랑스럽다. 이에 따라 육아는 오히려 더 쉬워지고 재밌어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저서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 잘못이나 문제점을 보면 가능한 한 빨리, 정확하게 책망하지 않으면서 설명한다.

⋅ 잘못된 일의 좋지 않은 영향을 알려준다.

⋅ 일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다.

⋅ 자세히 설명하고 명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 상대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확신을 표현한다.


위 책을 읽고 “ 하지 마.” 한마디면 끝나던 것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왜 안 되는지 이해시키고,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그것도 짧게 해야 했다. 이런 대화를 평소 하지 않던 나는 매일 반성하고 다짐하며 고쳐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보다 평소 내 말버릇을 바꾸는 게 더 어려웠다. 아이들에게 하는 '한마디 말버릇'을 바꾸는 데까지는 6개월이나 걸렸다. 한번 길든 말버릇은 바꾸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그때 알았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위 다섯 가지 내용을 새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던 어느 날,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답답했던지 “그냥 콱 한 대 때려버리지 설명하고 있냐? 한 대 때려버려.”라고 말했지만 모르면 모를까 알고는 그렇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 친구는 자기 애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욕설하거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거나 손이 닿는 대로 몸을 때렸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보다 좋지 않은 말과 손이 먼저 움직이며 키운 결과 고등학교를 세 군데나 옮기고 결국 졸업하지 못했다. 




부모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큰 힘

M산모가 갑자기 “관리사님, 제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라며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내게 왔다. 

“무슨 말이에요?"라고 물었더니 “관리사님 만난 걸 보면 제가 복이 많은가 봐요." 여전히 모를 소리를 했다.

산후조리원 동기 4명과 카톡을 주고받는데 산후조리를 친정엄마가 해주는 산모는 엄마의 잔소리와 의견 대립으로 자주 다투고, 시어머니가 해주는 산모는 어려워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눈치 보여 쉬는 것도 편치 않는다고 했다. 또 한 산모는 도와주는 사람 없어 혼자 많이 힘들고, 또 다른 산모는 관리사님이 육아 정보는 알려주지 않은 채 아기만 돌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는 관리사님이 반찬 맛있게 해서 밥해 주시지, 좋은 말씀과 바른 육아 정보 아낌없이 나눠주시지, 우리 아기 예뻐해 주시지, 지금 제가 제일 좋아요.”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내게 관리를 받아 행복하다니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SNS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많다.


산모들끼리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 비교하고 속상해하는 것이 다반사다. 

‘누구는 값비싼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네, 누구는 산후관리사에게 두 달 동안이나 관리받았네, 

누구는 애 낳았다고 시댁에서 큰 선물 줬다는데. 난 뭐야?’ 하면서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또 ‘내 아이만 이것밖에 안 컸네, 내 아이는 자꾸 울기만 하네.’ 이렇게 아이를 비교하며 만들어서 걱정한다. 

이로 인해 육아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찌들어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기도 한다.


SNS를 보며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더 불행한지를 서로 비교한다. 

다른 친구들은 예쁘게 차려입고 멋진 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행복해하는데, 정신없이 아기 돌보느라 다듬지 못해 헝클어진 자기 모습을 보며 속상해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괜히 우울감이 들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만 힘들고 나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예쁘게 차려입고 차 마시던 그들도 언젠가는 아기를 낳고 지금의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할 거라는 생각을 못 한 채 말이다. 

어쩜 그들이 아기를 낳고 기르고 있는 당신을 더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 상황과 내 아이의 장점은 보지 못한 채 남의 겉모습만을 보고 걱정하고 부러워한다면 육아는 오히려 힘들어진다. 

SNS에 집착하면 할수록 더 외로워질 수 있다.


엄마와 아기의 행복을 위해 SNS 하는 시간을 꼭 조절해야 한다. 

아기를 돌봐야 할 산모가 문자를 주고받는 것과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다 문제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기 사진을 찍어 부모님께 소식을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느 할머니는 손자가 보고 싶어 “그 좋은 것 너희들만 보냐? 우리도 보게 매일 한 장씩 찍어 보내라.”시며 사진과 동영상을 자주 찍어 보내달라고 명령 아닌 애교스러운 주문을 했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손자들 사진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니 돈 안 들이고 효도한 셈이다. 이런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순기능이다. 

허나 엄마가 아기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여기저기 사진 올리고 댓글 다는 시간이 더 많다면 문제가 된다. 

또 쉬어야 할 시간에 SNS를 하면 피곤이 누적된다. 엄마가 피곤하면 아이를 돌보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엄마가 힘들면 아기의 어여쁜 모습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이것이 SNS를 줄여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우리들의 자녀들은 4차 혁명의 시대에 산다.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퇴직 걱정 없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 

평생 5개 이상의 직업을 준비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세상 따라잡기 위해 평생 학생으로 살아야 한다. 튼튼한 신체와 말랑말랑한 두뇌는 물론 건강한 정신이 더 요구되는 시대다. 시대에 발맞추지 못할 경우 열등감과 좌절감,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겪어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이러하기에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회복탄력성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사랑에서 나온다. 바로 ‘내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사랑해 주는 것이다. 이 사랑은 부모와 자식 간의 좋은 애착 관계가 믿음과 신뢰로 이어지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게 되고,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상승하며, 힘들 때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야말로 언제나 가장 큰 힘이다

3살까지 SNS는 경계 설정을 하고 아기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 ‘21세기형 가슴 따뜻한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하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 글귀처럼 아이가 가진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고 잘못했을 땐 알아듣게 설명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말이나 폭력과 같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기를 위해서는 가급적 SNS 등에 엄마의 시선을 뺏겨선 안 된다. 육아의 대가는 부메랑 되어 돌아온다. 


목숨과 같이 사랑하는 자식이지만 항상 예쁠 수만은 없다.
80 넘으신 친정어머니는 50 넘은 딸이 전화를 드리면 “내 강아진가?, 밥은 잘 먹고, 별일 없고, 
박서방도 애들도 잘 지내고, 바쁠 텐데, 내 새끼 전화해 줘서 고맙네.”라고 하신다. 이 나이에 ‘내 강아지, 내 새끼, 고맙네.’ 이런 애정 담긴 말씀을 듣다 보면 50 넘은 딸의 가슴은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그리고 자식 키워본 경험으로 '이 또한 자식에 대한 끝없는 노력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 그대로 자식에게 대물림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사랑의 말은 부모님이 눈을 감으면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가슴에는 영원히 아로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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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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