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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Oct 01. 2024

아기는 엄마양수 같은 물속을 좋아한다

아기 울리지 않고 목욕시키는 방법 


아기 목욕은 씻는 것보다 즐거움이 먼저다

“우리 애 부엌 싱크대에서 목욕시켜 주세요.”

“네? 싱크대서요? 아직 욕조를 준비 못 하셨나 봐요?”

“아니요. 그냥 싱크대에서 목욕시키려고요.”

“무슨 이유 있어요?”

“그래도 되지 않나요? 그렇게 씻기던데.”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신생아 목욕을 시키는 싱크대는 목욕 전용이다. 

그러나 Z산모는 이제 겨우 3주 접어든 아기 목욕을 요리하는 싱크대에서 해달라고 주문했다. 

“싱크대는 음식물 찌꺼기 등이 있어서 세균에 취약한 신생아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라고 알려주는데도 

Z산모는 여전히 “그래도 싱크대에서 편하게 목욕시킬래요.”라며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산후조리원과 가정집 두 싱크대는 엄연히 사용하는 용도가 다르다. 

하나는 목욕 전용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주로 하는 요리대 전용이다. 

쓰임새에 맞게 사용해야 위생적이다. 


최근에는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 있었던 자궁 속 환경과 비슷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만에 관심이 많다. 분만 중 자궁 속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연구를 계속한다고 한다. 

태어나는 아기의 민감한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분만실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아기의 감각 중 가장 많이 발달한 청각으로 인해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들은 소리를 낮추고 가급적 말을 줄이고 음악을 틀어준다. 또 분만 후에도 태중에서 듣던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려주게 해서 갑자기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온 분리불안을 덜 느끼게 해 준다. 태어난 아기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온갖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기의 목욕도 양수 속과 똑같게 만들어 주지 못하겠지만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아기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아기의 불안감이나 공포감은 줄어들고, 편안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아기가 목욕을 즐기게 되면 긴장감도 줄어들어 낯선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게 된다.



두 아들이 어릴 때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와 고양이 닭 토끼를 한꺼번에 키운 적이 있다.

아이들이 키운다고는 하지만 먹이를 주는 것 외에 씻기고 청소하는 것은 모두 내 몫이었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남편이 동물을 키웠었다며 개 한 마리 키우자는 제안을 했다.

내 일만 늘어날 것이 뻔해 반대했더니 그 후론 같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 남편은 일요일이 되면 대리만족하듯 신동엽과 정선희 등이 진행하는 SBS <TV 동물농장>을 시청하는 애청자가 됐다. 

덩달아 나도 가끔 시청한다. 


하루는 1년째 씻지 않으려는 강아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인의 사연을 방송했다. 

강아지가 왜 씻지 않으려 하는지 알아보고 개선하는 내용이었다. 

개 주인은 씻지 않아 흙먼지 등으로 철갑을 한 강아지를 목욕시키기 위해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강아지가 갑자기 화장실 바닥에 쓰러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입에 거품까지 물며 발작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내 심장까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여리고 작은 몸의 발작이 멈춰지고 밖으로 나가서 팔짝팔짝 뛰노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가 그지없었다. 또다시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수돗물을 틀었는데 그 발작은 아까보다 더 심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 그 장면을 계속 볼 수가 없어 잠시 눈을 감았다. 전문가가 등장하고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 


걱정하는 주인과 강아지를 구원해 주실 개 전문가는 발작을 일으키는 강아지를 보고 진단하기를 언젠가 목욕하면서 생명의 위협 같은 공포를 느꼈을 거고, 그 트라우마로 화장실만 가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개 주인은 그럴 리가 없다며 공포를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 

개 주인이 강아지를 깨끗이 씻겨주고 싶어 무심코 했던 행동이 강아지에게는 한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강아지에게는 한순간의 공포가 화장실만 가도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큰 상처를 남겼고, 씻지 않으려는 강아지를 키우는 주인은 이해가 안 되고 무척 답답했을 것이다. 


개 전문가는 커다란 고무대야를 마당에 놓고 씻길 물을 받으면서부터 강아지와 장난치며 즐겁게 놀아주었다. 또 물이 넘실넘실 넘치는 고무대야 안에 장난감들을 함께 넣어 물과 친해지고 ‘씻는 것은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이 심어지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그런 다음 천천히 차갑지 않은 물을 강아지 몸에 조금씩 묻히고 비누칠로 거품을 내고 물로 헹궈줌으로써 지난 1년간의 묵은 때를 어렵지 않게 씻어낼 수 있었다.


드디어 강아지 본연의 작고 하얀 털을 가진 귀여운 모습이 드러났다. 

주인이 강아지 목욕을 시키면서 조금만 배려했었다면 발작을 일으킬 정도의 공포는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 한순간의 실수가 강아지에게는 엄청난 위협적인 트라우마로 1년 넘게 지속됐다. 강아지의 죽을듯한 아우성이 주인에게 사연을 보내게 했고, 전문가를 만나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지만 

만약 강아지가 발작까지는 하지 않고 씻지 않으려고 거부하며 발버둥만 쳤다면 주인은 강아지를 강제로라도 씻겼을 게 분명하다. 그럴 때마다 강아지는 얼마나 힘들어할지 상상이 가지 않은가?. 

목욕은 씻기는 것보다 즐거움이 먼저다.


아이들이 물에 가서 노는 것은 좋아하는데, 머리 감기려고 하면 울며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전에 머리 감을 때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 따가웠던 기억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 기억이 머리 감기도 전에 울며 거부하는 것이다.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여러 가지 정신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거 경험했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당시의 감정을 느끼면서 다시 심리적인 불안을 겪게 된다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이 정신적 고통과 깊은 상처로 남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압도적이어서 아주 심한 고통을 준다.


아기를 싱크대에서 목욕시키면 엄마는 물을 옮기기 위해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쭈그리고 앉지 않아도 되니 허리 아플 일도 없고 여러 가지로 편리한 건 맞다. 

싱크대에서 잠깐 씻기는 게 뭐 그리 잘못이겠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싱크대 목욕은 첫째는 비위생적이고, 둘째는 아기에게 목욕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고, 셋째는 엄마의 일방적인 목욕에 스트레스를 받아 아기 뇌의 성장을 더디게 할 수도 있다. 

엄마는 항상 아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엄마니까.




목욕물 속에서 고향의 향수를 느낀다

【 신생아 울리지 않고 목욕시키는 방법 】

신생아 목욕시킬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수유한 후 40분~1시간이 지나야 한다. 수유 후 바로 목욕을 시키면 아기가 자주 게워내고 위에 부담을 느낀다. 먹은 것이 어느 정도 내려갔을 때 목욕을 시켜야 한다. 

둘째, 자는 아기 목욕시킨다. 신생아는 먹고 자고가 일상이다. 자고 일어나면 대부분 또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때 목욕을 시키게 되면 배가 고파서 울게 된다. 우는 아기를 씻기면 초보 엄마·아빠는 당황해서 실수할 수도 있다. 배고파 울기 전에 자는 아기 깨워서 따뜻한 목욕물 속에 넣어놓으면 물속에서도 자는 진귀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셋째, 목욕시키기 전에 꼭 다음 행동을 알려준다. “ㅇㅇ아, 목욕할 시간이야. 목욕하자.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자.” 등 반복해서 말해준다. 또 목욕하는 중간에도 “따뜻한 물이 좋지?, 눈 씻을 거야. 뽀글뽀글 머리 감을 차례네. 손도 닦자.” 등 다음 행동을 알려준다.

넷째, 아기 옷을 벗기고 싸개로 싸서 물속에 넣는다. 아기는 목욕시키는 중에 모로반사로 인해 자꾸 놀라서 운다. 그걸 보는 초보 엄마는 걱정되고 긴장되어 손놀림이 서툴러지고 목욕 진행이 순조롭지 않게 된다. 

이때를 대비해서 아기를 깨끗한 싸개로 싸서 물속에 넣어주면 아기는 편안함을 느끼고 잠에 빠지곤 한다. 

다섯째, 아기를 물속에 넣고 잠시 기다려준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쪼그리고 앉아 목욕시키기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기도 하루 한 번은 엄마의 양수 속과 비슷한 물속에서 그리운 고향의 향수를 느끼고 그날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또 목욕의 즐거움을 인식시키기 위해 물속에 넣자마자 씻기지 말고 30초~1분 정도 말을 걸며 기다려준다.

여섯째, 5~10분 이내로 목욕시킨다. 이보다 목욕이 길어지면 아기는 금세 피곤을 느끼고, 피부 각질층이 벗겨져 연약한 아기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곱째,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칭찬은 천재로 만든다.’는 말이 있듯 목욕하는 도중은 물론 목욕이 끝나고 “ㅇㅇ이 오늘 목욕 재밌어하던데. 울지도 않고, 대단해.”라고 말해주며 가슴에 꼬옥 안아준다. 

마지막으로 아기의 갈증 해소를 위해 엄마의 젖을 물리도록 한다. 이러면 자는 아기 깨워서 목욕한 아기는 다시 스르르 잠에 빠진다.


내가 목욕을 시키면 아기들이 울지 않고 물속에서도 잠을 잔다. 

'어떻게 울리지 않고 목욕시킬 수 있냐?'며 동료분들이 보겠다고 산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구경 온 적도 있다. 

물속에서 자는 아기를 보는 산모들이 그 광경을 보고 많이 신기해했다. 

이 신기함은 내가 조금 힘들고 불편해도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거창함은 아니지만 아기를 생각하고 아기의 편안함을 우선으로 여기는 데서 나온 것이다. 

엄마 뱃속 태아일 때는 목욕을 하지 않던 아기가 낯선 환경에서 목욕까지 하는 것은 생소하고 힘들다. 

씻기기 위해서 옷을 벗기고 물속에 넣고 자기 온몸을 여기저기 닦고 헹구기 위해 이리저리 옮기는 과정들이 아기에게는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엄마·아빠는 아기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최대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싱크대에서 후다닥 씻기지 말고 양수 같은 물속에 넣어 잠시의 편안함을 제공하자.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목욕을 기다리고 즐기는 아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기는 엄마 양수 같은 물속을 좋아하며, 아기에게 물은 엄마 양수와 같은 안락한 안식처다.


【 신생아 씻기기의 8가지 원칙 】
아기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➀ 아기의 목욕은 하루에 한 번 정도 시키는 것이 적당하다. (아기 컨디션이 안 좋으면 주 2~3회)
➁ 목욕 전에는 반드시 아기의 몸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 얼굴, 목, 엉덩이 등 부분 목욕)
➂ 물속서 기다려주는 시간 30초~1분, 목욕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5~10분 정도)에 끝내야 한다.
➃ 목욕 실내 온도는 26~28℃, 수온은 38~41℃, 아기를 씻길 때는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➄ 생후 2개월까지의 아기는 면역력과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어른이 사용하는 욕조를 함께 
    사용하면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➅ 목욕용품은 가까운 곳에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며, 만약 아이를 물속에 혼자 두고 용품을 가지러 
    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➆ 기저귀와 갈아입을 옷은 미리 준비하며, 아기들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목욕을 
    시킨 다음 옷을 벗긴 채로 방치해 두면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재빠르게 옷을 입힌다.
➇ 목욕시간은 가능하면 매일 일정하게 정해두고 하는 것이 아기의 규칙적인 신체리듬 형성에 좋다.

신생아 목욕은 깨끗하게 씻기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루 중의 피로를 풀어주고, 잠이 잘 오게 하는 등 심리적인 안정에 효과적이며,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아기의 성장발육을 도와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매일 하게 될 목욕에 대한 즐거움을 갖도록 도와주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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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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