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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Oct 02. 2024

아기도 엄마의 불안함을 느낀다

엄마의 정서적 불안 등이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 


엄마의 뒤늦은 후회

해외 출장이 잦았던 N산모의 얘기다. 1년여 되는 출산∙육아휴직이 끝나갈 무렵부터 걱정이 앞섰다. 

아기를 봐주실 친정어머니는 안 계셨고 시어머니에게 부탁을 드리자니 너무 멀리서 사셔서 대책이 서질 않았다. 회사를 그만둘까도 생각해 봤지만 결혼할 때 융자를 많이 받은 상황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몇 년만 누가 도와주면 좋으련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답을 얻지 못했다. 


어느 날 남편이 "우리 부모님이랑 집을 합칠까?"라는 말을 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것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그렇게 해주신대요?"라고 물었더니 긍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부모님과 합가를 결정하고 더 큰 집으로 이사를 했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했다. 

부부만 살던 때와는 달리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마음은 가벼웠다. 업무상 국내외를 막론하고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은 여전했다. 

며칠씩 해외출장을 가도 남편 반찬 걱정이나 아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 놓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부모님과 살아보니 두 분은 싸움이 아주 잦았다. 그렇게 1년 2년 아기가 세 살이 되었다. 

부부는 그간 시부모에게 아기를 맡기고 회사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았다. 

그런데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이 늦고 행동도 느리고 표정도 밝지 않았다. 

평소에 걱정은 좀 했지만 아이가 말과 행동이 늦되나보다 생각하고 밝지 않는 얼굴은 성격 때문이겠지 했다. 

어린이집에 교사로 있는 친한 친구가 진지하게 "너희 아들 데리고 병원 가서 진단 한 번 받아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많은 아이를 봐왔을 친구 말이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 가서 진찰받았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의사 말은 아이가 눈을 못 맞추고 말귀도 못 알아듣고 말이 늦는 것 등 자폐아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러 검사 끝에 이는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긴장 상태가 계속 지속됐을 것이라고 했다. 

싸움 소리를 듣는 아이들은 전쟁과 같은 정서적 불안을 느낀다고 하는데 조부모의 싸움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의사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시부모님이 싸우시면 아버님은 밖으로 나가버리시고 어머님은 방에 누워계시면서 아이에게는 TV만 틀어주고 방치하셨다. 이 때문에 아이는 의지할 엄마·아빠 없이 늘 외로움과 불안과 긴장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두 분 싸움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을 줄 몰랐고, 아이의 아픔은 모른 체 직장 생활한다는 명분 아래 시부모에게만 맡기고, 아이가 늦되려니 생각하고 무심했던 게 큰 후회로 남았다. 

그 후 N산모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회사도 그만두고 시부모님과도 분가했다고 했다. 

둘째 신생아는 산후관리사인 나에게 맡기고 산후조리에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이 첫째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녔다.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못했고 얼마나 상처받을지를 몰랐던 대가는 너무나 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들 싸움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엄마·아빠의 사소한 의견 대립에도 아이에게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영향을 받는다. 

부부는 흔히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가 화가 나면 아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된다. 

싸움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눈치를 보고, 소심해지며, 또 싸우지 않을까 늘 불안한 마음이 든다. 

큰 소리로 싸우는 부모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 경우 두려움 때문에 소아우울증에 걸리거나 

반대로 스트레스로 인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싸움은 아이의 정서적인 성장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아이에 따라 부정적인 근육의 발달로 보통의 아이보다 표정이 어둡고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도 영향을 준다. 

부부 싸움은 아이 앞에서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피치 못해 언성이 높아졌다면 엄마·아빠가 화해하는 모습으로 아이의 불안한 마음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기에게 불안함이나 두려움 스트레스는 인지, 언어, 정서, 신체, 사회성 발달을 저해하고 뇌를 멈추게 한다.




양육자의 불안함을 그대로 느끼는 아기

"어젯밤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왜요? 밤새 아기 어디가 안 좋았어요?"

"응가를 안 해서요."

"하루 응아 안 했는데 응급실에 갔다 왔다고요?" 

"네."

다음날

"어제저녁때 병원 다녀왔어요."

"이번엔 또 왜요?"

"얼굴에 난 태열이 몇 개 더 올라오는 것 같아서요."

",,,,,,"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위와 같이 말하는 F산모는 내가 퇴근하고 나면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오는 즉시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아기가 하루 동안 응가를 안 했다고 걱정하는 엄마에게 "분유를 먹는 신생아는 하루 이틀 응가를 안 하기도 합니다. 좀 더 지켜봅시다."라고 말해줘도 불안해하는 초보 엄마였다. 

전문의는 신생아의 경우 응가를 10일 동안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7일 만에 응가하는 아기도 봤어요. 3일간 지켜보다가 그때도 안 하면 의사에게 상담받아 봅시다."라고 말해줬는데도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응급실에 다녀왔다. 

다음날에는 얼굴에 한두 개씩 올라오는 태열을 보고 병원에 갈까 말까 망설이며 하루 종일 신경을 썼다. 

"태열은 아기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니 우선 집안 습도를 올려주고, 태열이 겨드랑이까지 내려오거나 갈라지고 진물이 나면 그때 진찰받아보세요."라고 설득했으나 또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다음 날에도 황달이 빨리 없어지지 않는다고, 또 아기가 재채기한다고 병원을 제집 들락거리듯 했다. 

병원에 가서 진찰받아 봐도 별다른 처방을 받는 것도 아니고 지켜보자는 말만 듣고 오는데도 초조와 불안함이 초보 엄마를 병원으로 이끌고 있었다. 

"아픈 환자가 많은 병원은 신생아에게 감염의 우려가 큽니다. 되려 병을 옮겨올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주기도 하고, "아기는 지금 너무 잘 먹고 잘 크고 있으니 엄마는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네요."라고 안심시키고 다독여도 소용없었다. 엄마의 불안과 초조가 아기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엄마였다. 


초보 엄마의 불안은 너무나 당연하다. 낳기 전에는 신체 건강한 아기가 태어날까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열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 달고 나와줘서 고맙지만 너무나 작고 여린 아기를 안는 것조차 손 떨리도록 조심스러워 선뜩 안지도 못한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 유리 다루듯 심혈을 기울인다. 아기가 울면 엄마·아빠 마음도 함께 운다. 

왜 우는지 알면 해결해 줄 수 있어 안심할 텐데 모르니 안개 끼듯이 뿌연 해서 더 불안하게 느끼는 것이다. 

육아상식을 정확하게 알면 덜 불안하고 육아가 쉬워질 텐데 이 산모는 육아에 관한 공부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그래서 초조와 불안함을 병원 가서 의사에게 덜고 싶은 거다. 


친정 부모에게 어리광 부리던 철없는 딸도 아니고, 남자에게 연약한 척 애교 부리던 아가씨도 아니고, 

아기를 낳은 순간부터 '엄마'다. 엄마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엄마는 아기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다.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가 돼 있는 엄마여야 한다. 

불안과 초조 따위도 이겨내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엄마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기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엄마는 아기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마음도 가져야 하며, 엄마는 더 현명해지고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

그래서 자식을 키운 사람과 키우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이는 아기를 키우면서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세월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기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아기에게는 엄마·아빠가 최고의 보호자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엄마·아빠의 불안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모의 말과 행동 등을 보는 아이들은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고, 울면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운다. 

부모의 불안이 아기에게 미치지 않도록 어떤 것들이 불안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며, 스트레스를 주는지 감정을 직시해 보고,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모자란 만 못하다. 육아를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라. 아기도 양육자가 느끼는 불안, 초조, 우울, 스트레스 등을 같이 느낀다.


[엄마의 정서적 불안 등이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
1. 아기의 인지발달과 언어발달, 두뇌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2. 아기의 정서발달과 신체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3. 중요시기에 아기와의 애착형성을 지연한다.
4. 발달의 미숙함으로 사회성 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5. 엄마의 감정 수준에 아기도 잘 동화된다.
엄마의 심한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 등이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아기를 잉태한 엄마의 불안 등이 유산의 위험이나 저체중아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태어난 후에도 성장 및 발달의 부정적인 영향의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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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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